한국자산신탁, ‘PF 한파’ 충당금에 영업익 뒷걸음

한국자산신탁이 지난해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영업수익이 소폭 늘었지만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에 따라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반면 사업장의 보수적인 관리와 더불어 지난해 관계기업의 자산 매각으로 인한 지분법이익 등이 반영돼 순이익은 제법 늘었다.

20일 한국자산신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액)은 2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82억원을 기록하며 1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7% 증가한 1307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신탁은 이전에도 꾸준히 2000억원대의 영업수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역대 최고수준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순이익도 2020년 1300억원보다 7억원이 더 많아 역대 최고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경영실적 지표 중 영업이익은 유일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신용손실충당금(대손충당금)의 증가 배경이 컸다. 신용손실충당금은 대출채권에서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일정 비중의 충당금을 쌓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영업비용 내 이자비용과 판관비는 전년 대비 비슷한 규모로 관리했으나, 신용손실충당금의 증가율은 633.7%에 이르렀다.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387억원으로 전년도 52억원 대비 335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50억원에서 195억원으로 45억 증가에 그쳤으며, 판관비도 536억원에서 540억원으로 거의 같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비용은 1408억원으로 전년도 860억원 대비 63%나 증가했다. 대부분 신용손실충당금과 기타 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신용손실충당금의 증가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사와 신탁사 등에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초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대표이사(CEO)와 간담회를 개최해 유동성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자료=한국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은 보수적인 수주 기조에 따라 차입형 신탁사업장도 지난해 초 3개를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해 차입형 수수료 약정액은 280억원으로 전년(410억원) 대비 32% 감소했고, 부동산 호황기인 2021년 1160억원 대비로는 76%나 줄었다.

반면 신탁계정대여금은 2022년 2240억원에서 지난해 4690억원으로 179%나 늘었다. 신탁계정대여금은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신탁사가 자체개발 등에 나설 때 자체계정에서 빌려준 대여금이다. 지난해 부동산 PF리스크가 커지면서 신탁사들이 자체 자금의 투입을 늘린 결과다.

한국자산신탁의 전체적인 재무상태는 여전히 건전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2%로 전년도 46%대비 오히려 4%p(포인트) 떨어졌다. 현금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자산도 1조4811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감시 감독이 강화되면 올해도 신탁사의 충당금은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한국자산신탁이 충당금 반영으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지만 대부분 비손상 채권에 대한 충당금이라 사업장의 관리는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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