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매물로…부동산 침체기 제값 받을까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를 비롯한 주요주주가 지분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금리 등 여파에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에 머물고 있는 만큼 부동산 특화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적정 몸값에 관심이 몰린다.
업황 악화 탓에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국내 1위 업체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원매자가 여럿 나타나 몸값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손화자씨와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매각 자문사 선정 등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매각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부동산 수탁자산 시장점유율 1위 경영권 ‘눈독’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된 대상은 최대주주인 손화자씨의 보유 지분 12.4%와 조 전 단장 명의로 보유한 지분 및 개인회사를 통해 들고 있는 지분 약 12%다. 매물로 나오게 될 지분은 25%가량이다.
지난해 8월 대신증권과 대신F&I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8.2%를 매입했는데,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약 6000억원이었다. 당시 몸값을 적용하면 지분 25%의 가치는 1500억원 가량이 된다. 매각측에서는 경영권프리미엄을 더해 2000억~2500억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6년부터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부동산 수탁자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관련 수탁자산 규모는 22조원으로 국내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기준 국내 1위에 해당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토교통부 차관을 역임한 고(故) 김대영 창업주가 2010년 설립했다. 2018년 창업주 작고 이후 보유 지분은 유족에게 상속됐다. 고인의 아내인 손씨가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분 25%를 확보할 경우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단숨에 업계 1위 업체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에 관심을 갖고 지분을 확보해둔 주요 주주들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지스자산운용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대신증권(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등이다.
이 가운데 태영건설의 경우 대주주 지분매각시 동반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태그얼롱 조건에 따라 보유지분을 함께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주주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만큼 동반매각을 청구할 경우 태영건설 역시 프리미엄을 얹어서 지분을 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검토는 조갑주 단장과 별개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최근 조 단장이 사내 메일을 통해 최대주주와 위기 관리에 집중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해 경영권 매각 이슈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매각 이슈는 일단락된 듯한 모양새지만, 매각 측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을 제시할 원매자를 기다리며 물밑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 부동산 시장 침체…실적 변동성 우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에 특화된 이지스자산운용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 또한 나온다. 부동산펀드 부문에 집중된 사업구조상 부동산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장기간 국내 시장에서 부동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분 매각이 본격화하더라도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난해 순이익은 58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261억원)과 비교해 무려 53.7% 줄었다.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다.
2022년 말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 탓에 저금리 시대에 대체투자처로 각광받았던 부동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부동산으로 향하던 풍부한 유동성이 잦아들면서 새롭게 조성되는 부동산 펀드가 줄었고, 이지스자산운용이 수취하는 매입보수 역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수수료손익 1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767억원) 대비 12.4% 줄었다. 수수료손익에는 매입 및 운용 보수 등이 포함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 가능성 및 추가출자 우려가 높아진 점도 불안요소다. 해외부동산 부실 현실화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탓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독일 오피스빌딩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산가치가 급락했고, 현지 대주단이 추가출자를 요구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추가출자를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입했지만 결국 대주단이 요구한 금액을 채우지는 못했다. 해당 부동산은 3개월짜리 유보계약을 통해 겨우 기한이익상실(EOD)을 면한 상태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오피스 수요가 줄었고, 이는 상업용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만큼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금리인상과 공실률 상승 탓에 해외 상업용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해 차입금 리파이낸싱 등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담이 늘고 있다”며 “자산매각 지연 및 임대수입 감소에 따른 펀드 운용성과 저하 가능성도 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