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매각 철회로 방향 선회

OK금융그룹의 실사를 받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이 매각을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정권을 쥔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가 이같은 입장을 정하면서다. KKR은 현재 페퍼그룹의 최대주주로 페페저축은행 지배구조 최상위에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부터 페퍼저축은행 인수는 성사되기 어려웠다는 관측도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의 사업 구조상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OK금융으로서는 페퍼저축은행을 적정가에 인수하더라도 인수가 이상의 자금을 넣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17일 금융권 및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KR은 현시점에서 페퍼저축은행 매각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OK금융의 실사가 끝나더라도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K금융은 지난달 14일부터 페퍼저축은행 실사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4주간 실사를 목표로 했지만 자료 제출 등 작업이 지연되면서 1~2주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페퍼그룹은 2013년 계열사인 PSB인베스트먼트홀딩스를 통해 늘푸른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하며 국내 금융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같은 해 한울저축은행을 P&A(자산부채이전)를 통해 추가 인수하면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KKR은 2017년 지분 인수를 통해 페퍼그룹(페퍼글로벌탑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KKR은 페퍼저축은행의 지분을 PSB인베스트먼트에서 페퍼유럽으로 넘겨 현재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업계에서는 KKR 입장에서 지금 당장 페퍼저축은행을 매각해 엑시트할 요인이 없다고 분석한다. 과거 대비 경영상황이 악화된 만큼 원하는 수준으로 매각가를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오히려 KKR의 자본력을 통해 정상화시킨 후 매물로 내놔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매각 의지와 별개로 페퍼저축은행의 구조적인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자산 부풀리기를 통해 수익을 냈던 이전 사업전략이 경기침체 등 악재를 거치며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악순환 구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의 기본 전략 중 하나는 신규대출을 통해 키운 자산을 다시 매각해 수익을 취하는 형태다. 중금리 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이자수익을 키우는 한편 대출채권 매각을 통한 처분이익도 발생시켰다. 실제로 2018년 698억원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의 연간 대출채권 매각액은 ▲2019년 2601억원 ▲2020년 2473억원 ▲2021년 1969억원 ▲2022년 2148억원으로 2000억원 안팎 수준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로 이같은 수익구조 자체가 사실상 막혀버렸다.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로 연체가 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상 대출자산이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 부담까지 급증한 상황에서 남은 정상채권을 매각하고 있지만 손실을 줄이기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이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200억원에 이어 올해도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준의 자본확충은 단기적인 조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축은행업권의 시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1000억~2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OK금융이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의 추가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OK금융은 과거 예나래·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수가의 2배가 넘는 자본확충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OK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K금융과 상상인은 올초 실사를 마친 후 매각가 협상을 지속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측이 제시한 적정가 차이는 1000억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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