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금리부담에 단기조달 확대
최근 KDB캐피탈이 단기 기업어음(CP) 등 단기조달 창구를 활용해 유사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모펀드(PEF) 출자 등 고위험 투자로 이뤄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생각하면 만기구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시장 경색이 생각보다 심해진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DB캐피탈이 발행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가운데 만기가 1년 안으로 접어든 금액은 1조4100억원, 전채 발행 채권의 25.61%에 달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인도를 배경으로 두고 있어 높은 조달금리를 감당하면 해당 채권을 차환할 수는 있겠으나 일단은 단기 CP 발행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KDB캐피탈 관계자는 “시장금리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정에 맞게 단기 CP이나 여전채를 발행하며 적기 대응하겠다”며 “비상시에 대비해 모회사 등 은행권과 구축한 미인출 신용공여(크레딧라인 한도)는 약 42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권과 설정한 크레딧 라인에 현금성 자산과 같은 ‘즉시 가용 가능한 유동성 자산(6394억원)’까지 처분한다고 하면 자금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도 일정 기간은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흐름의 가장 큰 변수는 보유자산의 부실화다. 국책은행 계열사 특성상 KDB캐피탈은 기업금융(기업대출)과 신기술금융(벤처투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만기가 긴 고위험 자산이 전체 자산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금융에 포함된 선박금융이나 부동산 PF 대출 등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원리금 회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행히 다른 캐피탈사처럼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몰려있지는 않지만 언제 부실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또, 전환사채(CB)와 같이 옵션이 붙은 메자닌 방식으로 투입된 신기술금융도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금융 환경 불확실성으로 인해 벤처기업이나 PEF 투자금의 회수가 변칙적으로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부채보다 자산 부분에서 만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부채 차환 여부는 유동성 민감도를 결정하는 주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제껏 자금조달을 할 때 단기 조달보다 장기 조달을 선호한 이유도 이 같은 만기구조 때문이다. 최근 채권시장 경색이 심해지면서 불가피하게 단기 조달 방식으로 유동성을 늘리고는 있지만, KDB캐피탈은 장기적으로 단기 CP 조달 비중을 계속 줄여왔다. 전체 차입 부채에서 단기 CP 조달 비중은 2017년 말 26.5%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9.30%, 올해 상반기 말 2.90%까지 줄어들어 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꾸준히 여전채 발행에 나섰던 데다가 정책자금을 저리로, 장기간 차입해 운용할 수 있었던 만큼 타사대비 장기 조달에 유리했던 점도 한몫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은 만기구조가 양호한 수준이고 부동산 PF 대출 등 고위험 자산의 만기도래 시점이 비교적 잘 분산돼 있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