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철회’ 틸론, FI 엑시트 적신호
클라우드·메타버스 기업 ‘틸론’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는 요구를 세 차례 받고 결국 코스닥 이전상장을 철회했다. 이전상장 후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려 했던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틸론은 금일 코스닥 시장 이전상장을 철회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추가 정정 요구를 받아 상장 예비심사 승인 효력 기한 내에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틸론은 코넥스 시장 상장사로 지난 2월 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예심 승인 효력은 6개월 간 유지된다.
틸론은 금감원으로부터 총 세 번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지난 17일에는 디스플레이 제조사 ‘뉴옵틱스’가 틸론을 상대로 제기한 43억8000만원 규모의 상환금 청구 소송이 틸론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이 뉴옵틱스의 손을 들어 원심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은 틸론과 최백준 대표이사 간 대여금 거래도 업무상 횡령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틸론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전년 동기 대비 71.7% 감소한 13억8077만원이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5억523만원을 기록했다. 경상연구개발비가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11억7528만원)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틸론의 이전상장 철회로 회사에 투자한 FI들의 고심도 커지게 됐다. 현재 ‘솔론인베스트’와 ‘에이스투자금융’이 틸론의 주식을 각 8만주(1.44%)씩 보유하고 있다. 둘 다 신기술사업금융사(신기사)다.
솔론인베스트는 지난해 3월 프로젝트펀드인 ‘솔론신기술조합10호’를 활용해 틸론의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1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에이스투자금융도 약 110억원 규모의 ‘에이스수성신기술투자조합15호’를 통해 같은 금액(10억원)을 투자했다. 에이스투자금융의 펀드에는 수성자산운용도 약 6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 펀드의 신주 취득 가격은 주당 1만2500원이다. 틸론은 3차 정정 요구를 받은 다음날인 18일부터 코넥스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20일 종가 9430원을 기록했다. 이 주가는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솔론인베스트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고유계정(PI)과 다른 펀드인 ‘솔론신기술조합11호’를 활용해 틸론 구주 50만주를 약 25억원에 장외 매수했다. 솔론인베스트는 같은해 6월 고유계정으로 투자한 물량을 원금수준에 장외매도하고, 8월에는 11호 펀드를 통해 보유 중이던 잔여 구주 전량을 출자자(LP)인 김형근 솔론인베스트 대표 및 친인척 등에게 현물로 배분하고 펀드를 청산했다.
주가가 현재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 틸론이 향후 이전상장에 재도전해도 시가총액이 FI가 투자한 시점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틸론과 상장 주관사인 키움증권은 이번 상장을 진행하면서 공모밴드를 현재 주가보다 높은 주당 1만3000~1만8000원으로 설정했다. 이마저도 틸론이 당초 제시한 밴드인 2만5000~3만원에서 세 차례 낮춘 가격이다. 키움증권은 틸론의 내년 추정 순이익 등을 토대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했는데 정정 과정에서 메타버스 관련 매출 전망치 등을 대폭 낮춰 잡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할 만큼 강한 제제를 가했기 때문에 틸론도 코스닥 이전상장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주가가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향후 이전상장에 다시 나서게 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하향조정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론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적절한 시점에 재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유치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견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신설을 검토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