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중국, 증권거래 ‘반 값’ 인지세… 2008년 이후 첫 인하
기록적인 자금 유출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이 증권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깎아주며 자국 증시 띄우기에 나섰다. 미·중 갈등 속 수출 부진과 부동산 업계 줄도산 우려로 경제 침체 그림자가 드리우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증시 활성화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모양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달 28일부터 증권거래 인지세를 50% 인하한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공고했다. 기존 인지세는 거래액의 0.1% 였다.
중국이 인지세를 낮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인지세 인하는 증시 거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중국 증시 규모는 약 9조6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인지세 50% 인하 조치는 중국 증권사 뿐 아니라 초단기 매매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 펀드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2008년 4월 중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 당국이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인지세를 0.1%로 낮췄고, 거래가 활기를 띄면서 이듬 해에는 상승장이 펼쳐진 바 있다.
최근 기록적인 자금 유출에 직면한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투자자들을 향해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일례로 이달 18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증시 지원책을 발표했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A주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3일에는 중국 내 대형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 임원들을 불러 자본 시장 안정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글로벌 투자사인 피델리티와 골드만삭스 등 고위 관계자들과 홍콩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자국민을 향해서는 자금 유출을 제한했다. 앞서 25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인민은행이 홍콩과 중국 본토 간의 채권 교차매매 프로그램을 통한 해외 투자를 줄이라는 창구 지침을 내렸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본토인들이 홍콩을 통해 자금을 빼내는 것을 규제하는 차원이다.
블룸버그 최근 집계를 기준으로 이달 1∼24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 증시 A주를 약 716억 위안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2014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 A주는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회사로서 본토 증시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말한다. 중국인들도 위안화를 홍콩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식으로 본토에서 자금을 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