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개성은 필수” ··· 美 중고명품 플랫폼 리얼리얼 주가 급등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을 비롯해 유럽 경제 침체 그림자 탓에 명품 기업 실적이 짓눌린 가운데 뉴욕증시에서 온라인 중고 명품 플랫폼 기업 주가가 급등해 투자 눈길을 끌고 있다.
명품 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중고 명품 판매를 강화하는 등 틈새 전략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명품 시장이 단기에 빠르게 실적 부진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련주 단기 매매에 주의해야한다는 평가가 따른다.
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계 온라인 중고 명품 플랫폼 리얼리얼(REAL) 주가가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21% 뛰었다.
앞서 본 거래에서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1.26% 오른 결과 1주당 1.61 달러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올해 1월 이후 연중 기준 리얼리얼 주가는 약 48% 올라선 상태다.
시간 외 매수세가 몰린 배경은 회사가 시장 예상보다 나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다.
올해 3분기 리얼리얼 매출은 1억 3320만 달러로 연간(작년 동기 대비) 6.7% 줄었지만 시장 기대치(1억2520만 달러)보다 많았다.
주당 순손실은 0.15달러로 작년 동기(0.38달러 순손실) 대비 손실 폭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시장 기대치(0.26달러 순손실)에 비해서도 사정이 나아졌다.
현금 흐름은 191만달러 줄었으나 이는 직전 분기(418만달러 감소)에 비해서는 나았다.
이날 존 커라일 리얼리얼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우리가 공개한 실적은 조정 세전·이자지급전이익(조정 EBITDA) 기준 2019년 증시 상장 이래 최고의 성적”이라면서 “위탁(consignment) 사업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키로 한 전략 변화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결과”라고 설명했다.
커라일 CEO가 언급한 패션 위탁 사업이란 업체가 기존에 판매됐던 옷이나 가방 등 패션 용품을 사들여 검수한 후 재판매 하는 중고 판매를 말한다.
리얼리얼은 1980~1990년대 인기 스타가 입었던 의류 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제품을 되팔거나 디자이너가 재해석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레어 파인즈(Rare Finds)’ 코너를 최근 신설했다.
명품을 선호하되 구하기 힘든 제품을 통해 개성을 내보이려는 젊은 소비자에 초점을 둔 전략이다.
반면 회사는 임대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가게 규모를 줄이는 모양새다.
미국 부동산 전문지인 커머셜 옵서버를 비롯해 뉴욕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달 리얼리얼은 맨해튼 미드타운 소재 건물 7년 임대 계약을 맺었는데 임대 면적(총 1만3380평방피트)이 과거 계약 규모(2만7760평방피트) 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리얼리얼 주가가 올해 강세를 보였지만 대세적인 반등을 이어갈 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면 회사는 올해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억3500만~1억45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1억4930만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3분기 리얼리얼 사용자는 연간 4000명 늘어난 결과 총 95만4000명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기대치(97만3000명)보다는 저조한 수준이다.
7일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리얼리얼에 대해 투자 의견을 낸 월가 전문가 11명 중 매수 의견은 4명이며 보류 의견은 6명, 매도 의견은 1명이다.
이들이 낸 12개월 목표가 범위는 1.50~6.00달러(중앙값 3.00달러)다.
패션 시장을 통틀어 보면 명품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반사효과 이후 찾아든 긴 겨울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장 자크 귀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달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제 명품 시장은 팬데믹 이후 약 3년 간 맹렬한 성장을 마치고 역사적 평균에 다가서고 있다”면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은 글로벌 명품 시장이 내년에도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 달 초 내놨다.
현재 명품 시장 규모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에 비해 약 25% 커졌지만 거시 경제 환경 탓에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Z세대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이른 바 ‘열망 소비자(aspirational consumer)’ 들의 수요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박 탓에 위축되는 분위기이며 중국 소비 둔화도 명품 시장 침체를 유발하는 변수라는 것이다.
RBC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명품 시장 침체는 총 세 차례 발생했으며 침체가 시작되면 평균 4개 분기 이어졌다. 그동안 명품 기업 주가는 평균 12%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3대 패션 명품 기업 LVMH 와 에르메스, 케어링 그룹 3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연간 매출 증가율 기준으로 LVMH 는 2분기 17% 에서 3분기 9%, 에르메스는 28%에서 15.6% 로 둔화됐으며 케어링 그룹은 기존 2%에서 -13%로 뒷걸음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