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백신도 없는데 … 中 덮친 소아폐렴, 한국도 비상
최근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어린이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일선 병원의 의료진은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며 정부에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나서고 있지 않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 환자가 11월 첫째주 173명에서 넷째주 270명으로 1.6배 증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보통 국내에서 3~4년 주기로 유행하며 5~9세 때 많이 나타난다. 증상은 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으로 감기와 비슷하나 3주가량 지속돼 일주일 정도 앓는 감기와 차이가 있다.
질병청은 “유아·학령기 연령층에서 집중 발생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1월 넷째주에 기록한 544명에 비해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신종 감염병이 아니라 3~4년 주기로 국내에 유행해왔던 질병”이라며 “2019년 마지막으로 유행했기 때문에 올해 유행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이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어 대만 등 인접국은 비상인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계는 질병청이 실시하는 표본조사가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한정돼 있어 환자 수가 누락되는 등 과소 표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현재 표본감시기관에 참여 중인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대부분(218개 중 210개) 소아청소년과가 포함돼 있어 소아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서도 “의료계 현장과 학계 의견 수렴을 통해 참여기관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선 의료 현장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까지 유행하자 가용 의료자원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병원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 감기 증상이 심해 연차를 내고 와서 (병원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새로운 감염병까지 유행하면 병원 이용이 더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학교, 유치원 등에서 독감 등이 유행하면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며 “코로나19 기간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질병에 취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이미 치료법도 나왔고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이다 보니 질병 자체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며 “다만 감기 증상이 지속될 때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호흡기 질환이 확산되면서 제로 코로나 같은 통제 정책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정단신문은 지난 1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인용해 중국 쓰촨성과 광둥성 정부가 지난해 12월 폐지된 ‘건강코드’를 부활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젠캉바오(健康寶) 또는 젠캉마(健康碼)로 불리는 건강코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이 시행했던 ‘백신패스’와 유사한 개인정보 QR코드다.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함께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는데, 1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도착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강제 검사를 재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지 직원 마 모씨는 RFA와 인터뷰하면서 “공항당국은 도착 승객을 무작위로 검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비행기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푸둥공항에서 일부 코로나19 검사가 시행 중인 것은 맞지만, 전면 봉쇄 국면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