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악재 딛고 약 1년만에 상장심사 통과, 이노그리드 IPO 본격화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 이노그리드가 11개월여만의 상장예비심사 끝에 승인 결정을 받아 IPO(기업공개)를 본격화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이노그리드가 지난해 2월 신청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상장 승인 결정을 내렸다. 상장예심 통과 후 6개월 내 상장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노그리드는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등 IPO 절차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2006년 10월 설립된 이노그리드는 공공·민간의 기관·기업 등 고객들이 별도로 운영하던 컴퓨팅 인프라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는 것을 돕고 클라우드 시스템 운용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는 회사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NICE평가정보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A, BBB 등급을 받으며 상장을 위한 첫 문턱을 넘어섰다. 아직까지는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해 특례상장을 택했다.

이노그리드처럼 심사기간이 11개월에 이르는 종목은 매우 드물다. 대개 상장예심 청구 후 45거래일(약 2개월) 내에 상장승인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노그리드는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을 거쳤다. 공교롭게도 이노그리드가 상장을 추진한 지난해 악재가 잇따라 터진 영향이 컸다.

이노그리드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전환 컨설팅 및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틸론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을 추진하다가 좌초된 일이 있었다. 과도하게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기반으로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다가 증권신고서를 세 차례나 정정해야 했고 소송패소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유사 사업을 하는 이노그리드에 더 엄격한 심사 잣대가 적용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또 같은 해 기술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파두가 상장 직후 실적 부진을 숨기고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게 산정했다는 소위 ‘공모가 뻥튀기’ 의혹을 받은 점도 이노그리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특례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 매출 요건이 20억원 선이었지만 이제는 50억원 선으로 올라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파두 등 일부 기업의 공모가 뻥튀기로 여타 기업들의 심사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 증가를 통해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141억원의 매출에 46억원의 영업손실, 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이노그리드였지만 지난해(2023년) 3분기 말까지 누적 매출은 193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전체 매출을 크게 웃돌았고 영업손실 규모도 35억원 선으로 개선했다. NIA(한국지능사회정보원), 서울시, 순천대, 농촌진흥청 등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330곳 이상의 고객 케이스도 확보했다.

이제 시장에서 얼마나 후하게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만 남았다. 일단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규모는 2023년 2조7027억원에서 올해 3조2210억원으로 19.2% 성장하고 2023~2027년 기간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추이에 비해 여전히 클라우드 도입 비율이 20% 밑으로 추산되는 등 향후 성장세가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노그리드가 그간 강점을 보여왔던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개화도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IT·소프트웨어 업종 종목들 중 신규상장을 추진한 종목들의 성과가 부진하다는 점은 이노그리드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로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미래에 대한 성장 기대감만으로 몸값을 책정받아 증시에 입성한 종목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도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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