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發 LCC 지각변동 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난관으로 꼽혔던 EC(유럽연합위원회) 승인이 이뤄지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생길 판도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화물사업과 유럽‧미국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점 우려를 해소할 파트너로 지목된 일부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1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을 승인 받았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실제 합병이 성사될 경우 LCC 1위인 제주항공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 부분 대비 취약한 화물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자금력을 갖춘 제주항공이 꼽히고 있는 것이다.

차입금 등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딸린 부채를 제외하고도 11대의 기체를 인수하는 데에만 5000억~7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의 경우 단기금융자산을 합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455억원(2023년 3분기 별도기준)에 달해 상당 부분 자체충당이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진에어를 제치고 LCC 2위 타이틀을 수성할 수 있을 기회를 맞게 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조3189억원의 매출(컨센서스)을 달성하면서 1조2772억원을 기록한 진에어를 앞섰다. 이런 가운데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확대를 통해 진에어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이 독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티웨이항공에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을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제공=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을 넘겨받게 되면 최소 5000억원 가량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6000억원 규모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럽노선 매출 중에서 4개 노선 비중이 75~80%에 달한다는 배경에서다. 4개 노선에서 보유하고 있는 21개 슬롯이 전부 이관된다면 티웨이항공은 단숨에 연매출 2조원 시대에 근접하게 된다.

티웨이항공에 2위 자리를 내준 진에어는 당분간 절치부심하며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가 출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합쳐 통합LCC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관련 입장을 밝힌 만큼 통합LCC가 출범하더라도 회사의 명칭은 진에어로 유지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에어프레미아도 톡톡한 수혜를 볼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되는 5개 미주 노선(뉴욕‧LA‧샌프란시스코‧시애틀‧하와이)을 넘겨받을 유력 후보다. LA교민들의 출자를 통해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특화 LCC로서의 색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은 의도치 않게 국내 LCC 업계 판도를 뒤흔드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며 “때마침 코로나19 종식으로 여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LCC 시장은 또 다른 커다란 변화의 물결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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