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도 ‘초긴장’···글로벌 톱20 로봇기업 싹 쓸어간 곳 어딘가 보니

삼성이 최근 로봇·휴머노이드를 주제로 개최한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그룹 사장들이 중국 로봇기업들의 급성장에 대해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경계감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얼마 전 로봇·휴머노이드를 주제로 삼성의 사장급 이상 최고위급 임원이 참여하는 삼성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로봇·휴머노이드와 관련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고, 이를 주제로 사장단 간의 토론도 진행됐다.

삼성이 사장단 회의 주제로 로봇·휴머노이드를 선정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로봇 시장이 새로운 전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AI 로봇 ‘볼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AI가 탑재돼 ‘생각하는 로봇’이 머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글로벌 빅테크들의 관심도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에 이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규어 AI’(Figure AI)에 투자하고 나선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삼성벤처투자와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도 투자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걸어다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차량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토론에서 중국 로봇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 발표에서 글로벌 상위 20대 로봇기업 가운데 절대다수가 중국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때 삼성 사장단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AI·로봇시장도 두 국가를 중심으로 양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것이 산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특히 유니트리·샤오미 등 기업들의 가성비 로봇들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시장 선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투자해 휴머노이드 기업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 사례인 스타트업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GR-1′ 양산이 임박했다. 올해 500대 생산을 계획 중인 GR-1은 사람 신체와 비슷한 높이 1.65m, 무게 55kg으로 보행 최대 속도가 시속 5km에 이른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방대한 시장을 무기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차량용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장악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경영 현안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두고 사장단 간의 토론도 진행되곤 한다”며 “얼마 전 진행된 회의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이 감지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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