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사업 재편…부채비율 관리 속도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해상풍력 및 플랜트사업 양도, 모멘텀부문 물적분할 등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건설사업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한화는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합병해 건설부문으로 편재했다. 합병 이후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화는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특히 덩치가 큰 건설부문을 품에 넣으면서 ㈜한화의 전체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화건설 합병 여파…지주사 재무지표 악화

9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 공시를 보면 ㈜한화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09.0%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한화건설을 합병하면서 부채비율이 200%대를 돌파 한 뒤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한화는 2022년 4분기 방산부문을 물적분할 후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넘겼다. 이와 함께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건설을 합병했다.

분할 및 합병 직전인 2022년 3분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한화의 별도기준 부채 총액은 5조1388억원, 자본총계는 3조6088억원이었다. 당시 ㈜한화의 부채비율은 142.4%에 그쳤다. 방산부문 분할 및 건설부문 흡수 직후인 2022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220.9%까지 치솟았다.

㈜한화는 방산부문을 분할한 직후에는 부채비율이 90%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 전 한화건설의 부채비율이 무려 600%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한화의 부채비율이 200%대를 돌파한 원인은 한화건걸 합병에서 찾을 수 있다. 합병에 따라 한화건설의 채무부담이 ㈜한화로 옮겨온 셈이다.

부채비율 외에도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배율(EBITDA/금융비용) ▲순차입금/EBITDA 등 ㈜한화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합병 전보다 뒷걸음질 했다. 전체 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순차입금 의존도)은 2021년 말 27.1%에서 2022년 33.2%, 2023년 35.0%로 꾸준히 높아졌다. 합병에 따라 자산총액이 늘었지만, 순차입금 규모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합병 이후 순차입금이 증가하면서 ㈜한화의 금융비용 부담 역시 늘었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6배였지만 합병 직후인 2022년 말 3배로 주저앉았고, 2023년에는 1.4배까지 내려왔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5배 이상이면 이자지급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화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말 EBITDA의 6.9배였지만 이후 2022년 말 12.1배, 2023년 말 13.7배로 늘었다. 순차입금을 EBITDA로 나눈 값은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부담을 보여준다. 한화건설을 합병해 건설부문으로 두면서 ㈜한화의 재무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 작년말 건설부문 PF보증잔액 8903억…7월 사업재편 현금유입 기대

㈜한화의 재무지표 악화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건설 흡수 이후 재무부담이 증가한 데다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설부문의 실적이 저조한 탓이다. 이에 더해 건설부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리스크가 ㈜한화의 재무건전성에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한화가 종속회사를 통해 진행하는 자체 시행사업 관련 PF보증이 확대되고 있다”며 “또한 책임준공 등 신용보강 제공 규모도 증가하고 있어 사업장별 분양실적 및 공사대금 회수 등 진행상황에 대해 지속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 건설부문의 PF보증잔액은 8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정비사업 관련 PF규모 2914억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PF리스크 규모는 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3조원을 웃도는 ㈜한화의 별도기준 자본규모 대비 PF우발채무 우려는 높지 않다.

하지만 유사시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PF부담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2년 말 456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94억원으로 급감했다.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 연말 보유현금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한 탓이다. 이에 ㈜한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전 대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었다. 

㈜한화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기업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인출 및 상환할 수 있는 미인출 한도대 8535억원을 포함하면 현금 유동성은 9000억원 수준으로 매우 풍부하다”고 전했다.

㈜한화는 자체사업으로 총 사업비 규모 2조7000억원, 도급액 1조원에 이르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를 올해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프로젝트의 PF 보증 규모는 2200억원으로 아직 브릿지론 단계이며, 향후 본PF전환 등에 따라 보증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시행에서부터 시공까지 담당하는 자체사업에 대한 리스크 역시 존재한다.

㈜한화가 최근 내놓은 사업구조 개편안 계획이 마무리되면 ㈜한화는 일부 사업을 계열사에 양도하고 현금을 수취하게 된다. 사업부 매각에 따른 현금유입 덕분에 ㈜한화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는 오는 7월 추가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의 사업부문은 ▲건설 ▲글로벌 ▲모멘텀으로 나뉘는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모멘텀 부문은 물적분할 및 사업양도에 따라 ㈜한화에서 제외된다. 건설부문 아래 있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에 속한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으로 양도된다.

㈜한화가 해상풍력(건설부문), 플랜트(글로벌부문), 태양광장비(모멘텀부문) 등 사업을 계열사로 양도하는 데 따라 약 4395억원의 현금이 ㈜한화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멘텀 분할 및 사업 양도에 따라 건설부문 비중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넘기고 수취하게 될 4000억원대 현금은 ㈜한화의 유동성 가뭄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사업개편 직후에는 건설부문 비중이 확대되겠지만, 사업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글로벌부문 중장기 성장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비건설 부문의 사업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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