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장녀 ‘주식 부정거래’ 의혹…금감원, 조사 착수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구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기업 A사의 기타비상무이사(등기임원)를 맡고 있는 B씨를 소환조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금감원의 소환조사는 구 대표의 A사 주식 취득과 관련된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4월 A사는 BRV(블루런벤처스)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실리콘밸리 기반 기관투자사 블루런벤처스의 글로벌 성장 투자 플랫폼이다.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씨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B씨는 벤처투자사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 부대표로, 지난해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A사에 투자를 단행한 후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A사에 합류했다.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국내 법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A사 주식 3만주를 개인적으로 취득했다. 매입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구 대표가 언제 A사 주식을 매수했는가에 따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구 대표가 주식을 사들인 게 투자 발표 전일 경우 매입 시점에만 해도 일반 주주는 알 수 없었던 투자건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말 주당 1만6000원 수준이던 A사 주가는 BRV캐피탈머니지먼트의 투자사실이 알려진 당일에만 16% 이상 급등했고, 지난해 한때는 5만원까지 치솟았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매겨진다.
금감원도 이 부분에 주목해 우선 A사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 사이의 연결고리인 B씨를 우선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인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가운데 구 대표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A사 주식 3만주를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시도했다. 주식 기부를 통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했다는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5월10일 개최된 재단 이사회에서는 구 대표가 기부한 주식을 재단 자산으로 받아들을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기부와 관련된 사안은 어렵지 않게 통과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구 대표의 미공개 정보 활용한 주식 매수 관련 의혹을 이유로 해당 안건 처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는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날 개최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진들의 안건에 대한 추가자료 요청에 따라 금번 안건은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B씨에 이어 향후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내용에 따라 윤 CIO 뿐 아니라 구 대표에게도 금융당국의 조사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사 IR담당자는 “회사 입장을 대표해서 할 얘기는 없고, B씨가 조사를 받았는지와 관련해선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B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매일경제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구 대표는 지난해 2월 어머니 김영식 여사, 동생 연수씨와 함께 서울서부지법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