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유력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이로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조건으로 내건 화물사업 독과점 우려가 해소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는 에어인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실상 이번 딜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유럽연합 경쟁당국(EC)과의 협의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17일 이사회를 열어 매각안을 최종 승인한 뒤 에어인천에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는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 3곳이 경쟁을 벌였다. EC는 각 사에게 수 차례 자료 요구를 할만큼 치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에어프레미아는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가 발을 빼면서 사실상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에 에어인천과 이스타항공간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FI로 확보한 에어인천의 자금조달 계획이 가장 현실성 있다고 판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에어인천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며칠동안 EC에서 추가 자료 요청이 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내주 초께 최종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인천은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가 인화정공을 전략적투자자(SI)로,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를 FI로 끌어들이면서 자금조달의 확실성을 보여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투파 PE본부 운용자산(AUM)은 5000억원 이상이며, 가용할 수 있는 펀드 재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인수금융을 지원한다.
이를 기반으로 에어인천은 본입찰 당시 인수 후보군 3군데 중 유일하게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할 수 있었다.
에어인천은 중장거리 화물 노선에 대한 운영경험 및 전문성 등 정성평가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인천은 ‘아시아의 페덱스’를 모토로 2012년 2월 설립돼 대형항공사의 화물운송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현재 화물기 4대(B737-800SF)로 중국․동남아․일본 등 주로 아시아지역 노선을 운항 중이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새 주인이 되면 연매출 700억원대의 중소 항공사에서 조단위의 매출을 일으키는 국내 2위 화물항공 사업자로 급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9월말 기준 화물기 11대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화물 12개 국가, 25개 도시, 21개 노선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당시 여행객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 운송을 강화해 관련 매출이 2020년 2조1440억원에서 2021년 3조149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후 화물사업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화물사업 매출은 1조6081억원을 기록했고, 올 1분기는 3530억원을 나타냈다. 에어인천의 지난해 매출은 707억원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마무리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C는 일부 유럽 노선 타 항공사 이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조건으로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에 이관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절차 완료 후 EC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EC 최종 승인까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