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 CJ 그린바이오, 변수는 ‘글로벌 변동성’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그린바이오) 매각이 다시 추진된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5조원대 몸값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린바이오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글로벌 리스크가 기업 가치 평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가 인수가 5조원을 제시하며 CJ제일제당과 그린바이오 사업부 가격 협상에 나섰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초기 검토 단계에서 MBK를 비롯해 국내외 대형 PEF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 2월 본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계 전략적투자자(SI)인 광신그룹, 매화그룹 등 2곳만 입찰서를 제출하며 CJ제일제당은 매각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었다.
그린바이오는 매출 9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는 기업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어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인수 이후에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물이다.
실제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환율이 급등했던 2022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해당 연도 바이오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5% 증가한 6367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도 있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이 단기적인 환차익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PEF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단기적인 환율 흐름보다 장기적인 변동성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인수 후 수년 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환율이 장기적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가 수익성 평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에 따라 그린바이오의 원화 환산 실적이 달라지는 만큼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변동성을 반영할 경우 그린바이오의 적정 몸값이 3조~4조원대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고있다. 환율 변동성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업황 성장세 둔화 등으로 6조원대에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입찰 당시에도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최종 인수를 포기한 곳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관세 정책 변화와 미국·유럽의 보호무역 강화 역시 그린바이오 사업부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린바이오는 전 세계 6개국에 11개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글로벌 그린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각 거점을 활용해 지역별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대외 관세 정책 등에 대응력을 갖춘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변동성이 몸값 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중국산 라이신에 58~8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산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그린바이오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였다. 스페인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자국 내 사료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내 그린바이오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그린바이오가 매물로 나왔을 때 사업 성장세 둔화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는 몸값 5조~6조원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었다”며 “최근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면서 그린바이오가 환차익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환율 변동성과 해외 시장 환경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