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식량·비료 수출 제한 57건… 한국 직격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식량위기 우려가 고조되며 세계 주요국이 올해 단행한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만 5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이 0~1%에 불과해 소비자들과 식품업계가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세계 각국의 식량 수출 제한 조치가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국내 비료와 곡물, 유지 가격은 각각 80%, 45%, 30% 뛰었다. 우리나라가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식량 물량은 전체 수입량의 16.9%지만 수출 제한에 따른 국제가격 상승이 수입 식량 가격 전체를 밀어 올리고 있다. 비료, 곡물, 유지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며 사료, 축산, 육류, 가공 식료품 가격도 각각 13.6%, 8.4%, 6.0%, 6.1% 올랐다. 곡물·식량작물과 채소·과실의 가격도 각각 3.9%, 3.2% 상승하는 등 농산품도 영향권에 들었다.
–이날 무협이 펴낸 ‘식량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는 34개국 57건으로 이 가운데 80%인 45건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뤄졌다. 주요 식량 품목별로 보면 소맥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주로 식량을 수입해 들여와 이를 가공하고 소비하는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국제 식량 공급망 붕괴에 따른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이른다. 여기에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산 비중은 각각 0.1%, 0.1%, 0.0%, 1.1%로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산에 기대고 있다. 국내 곡물 재고량도 2017년 450만t에서 지난해 300만t으로 3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식량·곡물 전체 자급률을 1년에 한 번만 발표하고 국제곡물 조기경보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발표를 중단하며 식량 안보 데이터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현재 수출 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는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 2020년 코로나19 때 수출 제한으로 영향을 받았던 식량·비료보다 50~150% 이상 비중이 높아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며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수출 제한 조치가 36건이라 상당 기간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협은 대응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식량 안보·공급망 데이터를 구축해 위험 품목을 미리 파악하고 대체 공급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 개발, 해외 유통 터미널 지분 매입, 합작 투자 등으로 안정적 식량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