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캐피탈, 영풍제지 매각가 700억 낮춘 이유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영풍제지를 13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희망가격인 2000억원에 700억원 부족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영풍제지 주가가 급등하기 이전 시점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기준을 잡았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해 가격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큐캐피탈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보유 중이던 영풍제지 지분 50.55% 및 경영권을 대양금속에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총 거래대금 1289억원 중 129억원이 계약금으로 지급됐고 오는 10월 14일까지 잔금이 납입된다. 이밖에 영풍제지 이관형 대표가 보유한 보통주 9만5000주도 대양금속이 약 11억원에 매입한다.

당초 큐캐피탈은 매각가로 2000억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제지가 최근까지 2500억원 안팎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점을 근거로 산출된 가격이다. 보유 지분가치인 약 1200억~1300억원에 수백억원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여기에 영풍제지가 보유한 부동산의 미래가치 등을 반영할 경우, 최소 200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큐캐피탈이 몸값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영풍제지 시가총액이 올 들어 불거진 ‘매각 이슈’ 때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영풍제지 주가는 7000원대에 머물렀다. 지난 1월 매각 추진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1만원을 훌쩍 넘기더니, 지난달 11일에는 1만6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밸류에이션 기준을 주가 급등 이전 시점으로 잡았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주가가 이상 급등을 보이기 전인 올 초 시가총액은 약 1700억원대로, 이 기준으로 큐캐피탈 지분가치를 산정하면 86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시가총액의 약 20~3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몸값은 1300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후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골판지 제조업체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몸값이 치솟았다”면서도 “영풍제지는 이같은 호재에 매각 이슈까지 겹치며 올 들어 주가가 급등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풍제지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 늘어난 120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1% 감소한 8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같은 기간 26% 줄어든 64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번 딜 매각가의 100억~200억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 미래가치’ 부문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영풍제지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제조공장을 보유 중이며, 자회사인 하북산업개발은 인근 부지를 산업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지가가 상승하고 있는 지역들로, 향후 추가 가치상승에 대한 평가가 매각가격 협상의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해 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양측이 생각하는 가격 차이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며 “매각 측이 희망하는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가 체결됐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rror: 더블클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