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누적된 부실 부각…바닥 기는 공기업株
국내 증시에 상장한 공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모두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특성상 시장의 논리보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우려감에 상장 공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 지분율도 급감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공기업 8곳이 모두 과거 역사적 고점에서 반 토막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관련주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 1일을 기준으로 과거 고점 대비 73% 급락했다.한전KPS와 지역난방공사는 71%씩 하락했다. 최근 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전력도 64% 떨어졌다. 이 밖에 기업은행(-58%), 한국가스공사(-54%), 한전기술(-51%), 강원랜드(-44%)도 주가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꾸준히 떨어진 모습이다.
상장 공기업들은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이 한 해 동안 30% 상승한 2020년에도 약세를 보였다.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지수가 폭등했음에도 당시 한전KPS(-24%), 한국가스공사(-18%), GKL(-14%), 지역난방공사(-14%) 등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 퍼포먼스가 시장 평균치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상장 공기업들의 급락세가 부각됐다. 문재인정부 임기인 2017년 5월부터 5년 동안 지역난방공사(-55%), 한국전력(-47%), GKL(-41%), 한전KPS(-33%) 등 하락 폭이 컸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모든 상장 공기업이 문재인정부 당시 지난 10년간 시세 중 최저점을 찍었다.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이유로 공기업이란 존재적 특성이 거론된다. 민영기업들은 철저히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움직인다. 하지만 공기업은 공공영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상장 공기업의 경우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다양한 주주의 등장은 상장 공기업의 운영 목표와 성과 지표, 정부의 관리 방식이 이전과 달라져야 함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문재인정부 때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을 내리눌러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데 대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은 2019년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 등 회사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증시에선 문재인정부 때 사례를 들며 의도적인 정책 왜곡이나 실패로 주주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힌 담당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부분 상장 공기업은 인플레이션 등 대외적 여건에 의해 원가가 크게 상승해도 이를 판매가격으로 적극 전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전력은 24조원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난방공사도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공공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적,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방향성 투자에 중요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탈출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GKL은 2011년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30.35%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72%에 불과하다. 외국인투자자 보유 주식 수는 11년 만에 91% 급감했다. 과거 7.76%였던 지역난방공사 외국인투자자 지분율도 올해 상반기에 0.84%로 떨어졌다. 한전KPS는 최대 28.76%에서 5.44%로, 한국전력은 최대 33.4%에서 14.72%로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선 상장 공기업들의 사업 구조를 철저히 분석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상장 공기업은 대외적 여건과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기도 하므로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국제 유가,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