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변경’ 삼진제약 오너일가···2세 경영 비상?
하나제약에 안방을 내준 삼진제약 오너일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2세경영을 준비 중인 가운데 최대주주가 하나제약으로 변경된 까닭이다. 삼진제약은 우호세력 등으로 당장 경영권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워졌단 게 업계의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제약은 최근 삼진제약 지분을 사들이면서 총 지분율 13.09%로 조의환 회장일가(12.85%)를 따돌리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여기에는 하나제약 오너2세인 조동훈 부사장의 개인지분(1.02%)도 포함됐다. 하나제약이 2020년 공식적으로 삼진제약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한지 2년여만이다.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경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지만, 삼진제약 측은 경영권 분쟁 등 우려할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최근 삼진제약 최대주주가 하나제약으로 변경됐지만 지분 취득목적자체가 단순투자인데다 기존 오너일가 지분에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경영권 방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의 이같은 입장은 특이한 지분구조와 맥락을 같이한다. 삼진제약에는 조 회장일가(12.85%) 이외에도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는 공동창업주인 최승주 회장 일가(9.9%), 삼진제약과 지분맞교환 계약을 체결한 기업인 아리바이오(7.99%)가 주주로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단기보고서 기준 우리사주(2.59%), 임원 개인 지분(2.33%)까지 합치면 최대주주를 외부에 내줬음에도 총 35.66%로 충분히 경여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의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대주주 하나제약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단순투자라고 밝힌 지분 취득목적은 추후 경영참여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50년 이상 공동경영 체제로 이끌어 온 제약사다. 이들은 1941년생 동갑내기로 1968년 창사 이후 지난해까지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해왔다. 삼진제약은 이후 이들 자녀들을 중심으로 2세경영체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실제 조 회장의 장남인 조규석 전무와 최 회장의 장녀인 최지현 전무는 올해부로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2015년 말 이사, 2017년 말 상무, 2019년 말 전무 순으로 동반 승진해왔다. 조 회장의 차남 조규형 상무와 최 회장의 차녀 최지선 상무도 지난해 전무로 함께 승진했다. 2세들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 구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2세를 대상으로 한 지분 증여도 한창이다. 최 회장은 2020년 최 부사장과 최 전무에게 각각 30만주, 12만주를 증여했다. 이어 조 회장은 지난해 조 부사장과 조 전무에게 25만주씩 나눠줬다.
업계는 삼진제약의 2세경영이 창업주 세대처럼 공동경영체제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2세들의 지분이 0~3%대로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떠나 2세들의 경영수업이 똑같이 수반되고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