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63% 흔든 시멘트 부족 사태… 갑자기 왜
최근 서울의 한 민간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됐다. 레미콘 7대 물량에 해당되는 42㎥를 주문했지만, 정작 2대 물량(12㎥)만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공공 공사 현장에선 레미콘 34대 물량(200㎥)을 주문했지만, 한 대도 공급받지 못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시공능력 100대 건설사가 운영하는 현장 154곳 가운데 98곳(63.3%)에서 시멘트 부족으로 레미콘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작업 중단,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같은 일이 왜 벌어졌을까?
해당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지난해 발생한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겨울철 이상 고온, 화물연대 파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부실 시공으로 벌어졌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정부 대책으로 작년 12월부터 레미콘 품질 검사가 엄격해지자, 레미콘 업체들이 이를 통과하기 위해 시멘트를 이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물량보다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했다. 이전만 해도 레미콘 1㎥를 생산할 때 약 250㎏의 시멘트를 사용했는데, 최근 레미콘 업체들이 이보다 10%가량 더 많은 시멘트를 넣는다고 한다.
지난 1~3월 따뜻한 날씨도 수급난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겨울 기간에는 레미콘이 추운 날씨에서 제대로 굳지 않는 특성 때문에 타설 작업이 많지 않았지만,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올 1~3월에는 당초 수요 예상보다 타설 작업을 벌인 공사 현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두 차례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기(工期)에 차질을 빚은 만큼, 건설사들이 늦어진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면서 최근 시멘트와 레미콘 수요가 더 몰리게 된 영향도 있다고 한다.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5월 이후에야 수급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이전까지 공사 차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