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올해 철회만 벌써 5건… 금감원 경고까지, 스팩 IPO 열기도 뚝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하이제8호기업인수목적(하이스팩8호)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법인을 말한다.
회사측은 철회 사유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사항 등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상장 철회한 스팩은 5건이 됐다. △이날 상장철회한 하이스팩8호(공모규모 120억원)을 비롯해 △4월3일 키움스팩8호(공모규모 130억원) △3월31일 유안타스팩11호(공모규모 150억원) △3월23일 엔에이치스팩29호(공모규모 255억원) △3월9일 케이비스팩24호(400억원) 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모규모 100억원 이상의 스팩일수록 상장이 힘들어졌다고 분석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스팩이 100억만 넘어가도 안 된다”며 “이미 상장된 게 과하게 많은 상황에서 주관사들도 다 인수합병(M&A)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팩 규모가)클수록 합병 대상 회사도 커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만큼 크면 직상장하지 스팩 상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일구 웰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부사장)도 “공모주 전체 시장으로 넓혀봐도 조그만 딜은 잘 되지만 큰 딜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규모가 작으면 조금씩 받아서 기관들이 소화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시장에서 채우기 힘들다”며 “또 하나의 특징은 스팩을 주관하는 회사들이 기존에 발행했던 스팩 레퍼런스도 중요해져서 은행 계열사를 둔 증권사, 100억원 미만의 스팩이 성공한다”고 분석했다.
스팩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데다 지난달부터 금감원이 스팩 투자 경고에 나서고 꼼꼼한 감독·심사를 예고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부터 스팩 IPO(기업공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유인이 많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또 금감원은 스팩 IPO·합병 증권신고서의 공시서식을 개정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증권사(대표발기인)의 과거 스팩 이력 등 공시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충분한 정보 공시와 함께 증권사 등(스폰서)에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증권사가 낮은 투자단가, 자문업무 수행, 합병 실패 시 손실 등으로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그간 청약·인수수수료 등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스팩 주관에 몰렸는데 시장 자체도 과열되고 감독원까지 나서서 감독,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하니 더 부담스러워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