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롯데손보, 사모펀드 엑시트 ‘워밍업’

인수합병(M&A)시장에 보험사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손보와 MG손보 모두 업황 호조가 기대되는 손해보험사 매물인 데다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롯데손보는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등 몸값을 높이기 작업이 한창이지만, MG손보의 경우 자본적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은 차이점이다.

◆롯데손보·MG손보, 사모펀드 대주주…새 주인찾기 사전작업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와 롯데손보는 M&A시장에서 귀한 손보사 매물로 꼽힌다.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머물고 있는 반면, 손보업계는 손해율 개선 등에 힘입어 호황기를 보내고 있어서다.

지난해 합산 순이익을 살펴보면 생보사는 3조7055억원, 손보사는 5조474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생보사 순이익이 6%가량 감소한 반면 손보사 순이익은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생보업권 대비 손보업권의 전망이 더 밝은 점은 롯데손보와 MG손보 매각 흥행 기대요소라고 할 수 있다. M&A시장 매물로 거론되는 ABL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등과 비교했을 때 MG손보와 롯데손보에 더 많은 원매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MG손보와 롯데손보 두 곳 모두 사모펀드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롯데손보는 2019년말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MG손보는 2020년 JC파트너스를 대주주로 각각 맞이했다. 펀드의 자금 주기를 고려하면 조만간 본격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MG손보, 건전성 악화에 ‘부실’ 꼬리표…JC파트너스, 재무개선 과제

MG손보의 최대주주는 JC파트너스지만, MG손보가 부실경영기관으로 지정된 탓에 예금보험공사(예보)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말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MG손보 매각에 나섰다. 이후 올해 2월 공개입찰을 통해 원매자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예보는 빠른 시일 내에 MG손보 매각 작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MG손보의 RBC(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3%까지 하락했다. RBC비율이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데 따라 감독당국의 경영개선요구를 받았으며 급기야 지난해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RBC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새 지급여력 제도(K-ICS)가 RBC비율을 대체하게 된다. 다만 급격한 제도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RBC비율 사용이 허용되는 경과조치가 시행된다. RBC비율의 중요도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JC파트너스는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두고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JC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이에 MG손보 매각 주체는 JC파트너스와 예보 두 곳으로 나뉘었다. MG손보의 자본적정성 악화에 따른 부실 우려 및 관련 소송 이슈는 매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JC파트너스는 MG손보 인수금융 연장을 마무리했다. 1년의 시간을 번 셈인데, 당장 매각을 추진하는 대신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MG손보의 기업가치를 끌어 올린 뒤 다시 본격적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MG손보는 2020년 4월 JC파트너스 품에 안긴 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영업이익 171억원, 순이익 78억원을 올렸지만 2020년에는 영업손실 986억원, 순손실 10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영업손실 555억원, 순손실 621억원으로 여전히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JC파트너스는 MG손보의 RBC비율 개선에 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롯데손보, 적자 감수 보장성 보험 강화…JKL파트너스, 몸값 높이기 진행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한 직후부터 장기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리는 몸값 높이기 작업에 돌입했다. 장기보장성 보험은 장기적으로 안정적 보험료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사망·상해·입원 등 약관에 명시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면 되는 데 따라 비교적 계약가치가 높은 고수익 상품으로 평가된다.

롯데손해보험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2019년 1조2843 ▲2020년 1조5009억원 ▲2021년 1조7255억원 ▲2022년 1조866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보장성상품의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55.1% ▲2020년 69.6% ▲2021년 ▲78.1% 2022년 80.2%로 꾸준히 늘었다.

롯데손보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장기보장성 상품을 늘리고 있는 만큼 이익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영업손실 761억원, 순손실 628억원을 냈다. 2021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294억원, 119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실적 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는 “2022년에 보험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계약가치가 높은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며 비용이 증가했다”고 적자전환 이유를 설명했다.

장기보장성 상품이 CSM(계약서비스마진) 측정에 유리하다는 점도 롯데손보로서는 매각 흥행 기대요소다. CSM은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에서 새롭게 등장한 보험사 수익성 지표다.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 이익을 의미한다. IFRS17에서는 보험료를 부채로 인식한 뒤 보험 기간이 경과하는 데 따라 부채를 상각하고 수익으로 인식한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보장성 영업 강화에 따라 사업비가 증가했지만 올해부터 회계제도 변경에 따라 사업비를 일시에 반영하지 않고 보험 계약기간 동안 나눠서 인식하게 되면 판매비 지출이 단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어든다”며 “보장성 상품에 집중한 만큼 IFRS17 아래에서 향후 실적 개선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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