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먹거리 TDF 11조 돌파…”연금시장 공략”
운용사의 주요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TDF(타깃데이트펀드)의 시장 규모가 10조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 TDF가 국내에 처음 도입될 당시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DF에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된 것과 더불어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온 점 등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9일 금융투자협회는 ‘2023년 TDF 시장 동향 분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 규모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11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문유성 금투협 연금부 부장은 “TDF가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2016년 이후 7년만에 10조원대를 넘어섰다”며 “연금시장을 중심으로 TDF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TDF는 은퇴시점을 목표(Target Date)로 잡아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정해주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의 엔진에 해당하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활용해 초기에는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점차 은퇴시점이 가까워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을 늘려나간다. 상품명 뒤에 2030, 2040, 2050 등 은퇴시점을 의미하는 ‘빈티지'(Vintage)가 따라붙는 것이 특징이다.
문 부장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TDF를 도입키로 한 건 다소 모험적인 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활성화 된 TDF의 국내 도입이 추진되자 회의적인 시선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TDF가 회의론을 이겨내고 퇴직연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투자 인구가 늘어난 덕분이란 분석이다. 실제 2019년까지만 해도 3조원대에 불과했던 TDF 순자산 규모는 2020년 5조원대로 증가했다. 특히 이듬해인 2021년에는 10조90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11조원의 문턱을 밟았다.
문 부장은 “본래 연금투자에는 실적배당상품을 70%까지 밖에 담을 수 없었지만 2018년 TDF에 한정해 100%까지 담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바뀐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수단으로 신뢰를 얻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TDF는 해외주식형과 국내채권형 펀드의 중간에 해당하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문 부장은 “TDF는 도입 이후 15.7%의 누적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며 “이는 같은 기간 11.6%와 9.1%를 기록한 물가상승률, 원리금상품 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TDF를 취급하는 운용사들의 신규 유입이 꾸준히 이뤄진 것도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2018년경 8곳에 불과했던 TDF 운용사는 ▲2019년 10곳 ▲2020년 12곳 ▲2021년 16곳 ▲2022년 19곳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TDF 상품수도 53개에서 146개로 늘었다.
문 부장은 퇴직연금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TDF의 앞날도 밝다고 진단했다. 그는 “TDF는 연금특화형으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상품군”이라며 “은퇴를 하거나 은퇴에 가까워지는 인구는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디폴트옵션에도 TDF가 다수 포함돼 있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