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출 중징계’ 애큐온저축銀, 모회사 매각 ‘찬물’

애큐온저축은행이 대규모 작업 대출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중징계인 기관 경고와 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주의 처분이 예고되면서 향후 사업다각화 등에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임박한 모회사의 매각 과정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1조2000억원대 작업대출과 관련해 애큐온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작업 대출은 개인 차주에게 서류를 위·변조해 사업자대출을 진행한 것을 일컫는다.

현재 각 저축은행은 금감원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금감원장 결재 후 최종 결정된 징계 내용을 확정 통보받을 예정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퇴직한 이호근 전 대표가 ‘주의 처분’을 받게 됐다. 이와 더불어 중징계인 ‘기관 경고’도 함께 내려졌다.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 정지 ▲시정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로 분류되며 ‘기관 경고’ 이상을 중징계로 본다. 기관 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 징계 수위는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금감원장 결재 이후 각 해당 저축은행에 징계 내용이 통보될 것으로 보이며 최대 약 10일~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애큐온캐피탈, 엑시트 시기 임박…대주주 행보 ‘주목’

이번 징계가 모회사인 애큐온캐피탈의 매각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애큐온캐피탈의 100% 자회사다. 애큐온캐피탈의 대주주는 베어링PEA(현 BPEA EQT)로 스웨덴계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가 지난해 베어링PEA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BPEA EQT가 애큐온캐피탈 매각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 후 약 4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시기상 올해나 내년께 투자금 회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BPEA EQT 이전에 애큐온캐피탈의 주주였던 사모펀드 JC플라워도 2015년 인수 이후 4년 만에 재매각을 단행했다.

특히 BPEA EQT는 작년 상반기 애큐온캐피탈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을 단행했는데, 2020년 포트폴리오 자산이던 로젠택배에 대한 리캡과 매각을 동시에 한 사례가 있어 이 같은 예측에 무게를 더한다.

문제는 이번 작업대출 징계가 애큐온캐피탈의 매각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이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BPEA EQT는 PI첨단소재 인수를 전격 철회하면서 금융권에서 평판 훼손이 불거지고 있던 터라 이번 징계로 애큐온캐피탈 매각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도 부담 요인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2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3%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에도 전년(621억원) 대비 7.7% 감소한 5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 CEO 교체·노사 임단협 단행…경영안정화 등 분위기 반전 ‘시동’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CEO 교체와 노사 임단협을 잇따라 단행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리는 모습이다.

이번에 ‘주의 처분’을 받은 이호근 전 애큐온저축은행 대표는 앞서 지난달 돌연 회사를 떠났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애큐온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자산 성장과 수익성 등을 개선시키며 안정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특히 업무혁신과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비대면 채널 자산증대, 사업 영역 확장에 성공하며 자산규모를 5조원까지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실적 및 건전성 악화와 노사간 불협화음 장기화 등에 따른 도의적 책임으로 올해 7월로 예정됐던 임기 연장을 포기하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 사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업대출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사임 후 신임 대표에는 김정수 애큐온캐피탈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CDO)이 선임됐다.

최근에는 장기화 국면에 있던 노사갈등도 마무리 지었다. 앞서 애큐온저축은행 노조와 사측은 지난해 7월부터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해왔으나 최근까지 체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 4월에는 100여명의 노조원들이 부분 파업에 참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김정수 대표 취임 이후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빠르게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김정수 대표이사는 지난 5월 취임 후 노조와 곧바로 상견례를 진행,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하며 관계 개선 및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위한 화합 분위기를 조성했다. 수차례 소통 후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이에 대해 조합원 90% 이상이 찬성함에 따라 1년여 만에 최종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표 교체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그 중 지난해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걸쳐 발생한 작업대출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업대출 관련 징계로 애큐온저축은행 사업다각화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향후 대주주의 매각작업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CEO 교체와 노사 임단협을 빠르게 진행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번 노사 합의를 계기로 경영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노사 모두 합심해 현재의 난관을 타파하고 경영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며 “신용정책부문과 채권부문의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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