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이처, 한번에 1000억 CB 투자자 정체는
자동차용 베어링케이지 생산 기업 코드네이처가 20회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1710억원)의 58%를 넘어서는 막대한 자금을 검찰 수사관 출신 이성락 라크나가시그니처 대표 1인으로부터 유치한 것이다.
회사측은 구체적인 자금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이미지센서 시장 진출로 해석한다. CB 투자자인 이성락 대표는 과거 리튬포어스(전 어반리튬) 투자시 이름을 드러내고 유상증자, 전환사채 투자로 150~270%의 수익률을 나타낸 바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코드네이처는 지난달 30일 디씨이 외 2인(아이솔루션즈, 봄코리아)에서 샌드크래프트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고 밝혔다. 1주당 1247원에 801만5686주를 100억원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샌드크래프트는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계약금 20억원을 지난달 30일 지급했으며, 잔금 80억원은 내달 17일 지급할 예정이다. 샌드크래프트는 2021년 서울시 강남구에 설립된 제조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내달 17일 잔금 납입을 완료하면 801만5686주(17.57%)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 CB 투자자 이성락, 검찰 수사관 출신 눈길
코드네이처는 이후 운영자금 명목으로 20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1000억원을 조달한다. 자금 유치 대상은 이성락 라크나가시그니처 대표다. 청약일은 지난달 30일로 자금 납입은 9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납입 방법은 이성락 대표의 보유 현금으로 이뤄지며 이에 따라 4805만3820주(총 주식 수의 105.4%)가 주식 전환 가능하고, 주당 전환가액은 2081원이다.
투자자로서 ‘이성락’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20일 리튬포어스(전 ‘어반리튬’, 유상증자 참여 당시 ‘더블유아이’)의 소액 공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시 이름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리튬 테마로 수급이 몰린 리튬포어스의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짭짤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4일 리튬포어스에 10억원을 납입하면서 신주 59만7014주를 주당 1675원에 취득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이 대표는 본인 외 출자자 3인을 동원해 ‘라크나가조합’ 명의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유상증자 참여 공시 후 리튬포어스(당시 더블유아이의)의 주가에 훈풍이 불었다. 유상증자 공시 전 날인 지난해 9월19일 주당 906원이던 리튬포어스 주가는 같은 달 20일부터 2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기존 구주 5주를 신주 1주로 합치는 액면 병합이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18일까지 주당 3900원에 거래됐다.
액면병합이 있었기에 11월 18일 당시 주가를 현 주가로 환산하면 19500원 수준이다. 3일 기준 종가는 2만1550원이다. 이 대표의 유증 참여시 단가(1675원)를 현 주가 수준으로 계산하면 유증 참여에 따른 수익률은 대략 157% 정도다.
여기에 주당 1160원에 취득한 전환사채권을 주식으로 추가 전환하면서 5대1 액면병합 전인 지난해 11월 25일 기준 리튬포어스 주식 1011만1496주(7.56%)를 보유했다. 당시 보유 CB를 주식으로 전환함에 따른 수익률은 3일 기준 약 271%로 추산된다.
◆코드네이처의 미래…샌드크래프트 신사업 연관 있나
코드네이처는 2004년 7월 ‘미주제강’의 레일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기업이다. 2019년 2월 ‘일경산업개발’에서 코드네이처로 상호를 변경했다. 사측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및 풍력)를 주사업으로 하고 ▲에너지 ▲유통 ▲통신 ▲마스크필터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동차 베어링사업 부문 매출이 올 1분기 기준 9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13억원, 영업손실 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4% 줄고 적자전환했다.
실적 악화로 반전이 절실하다. 코드네이처의 최대주주가 샌드크래프트로 변동된다는 공시가 전해지며 신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3일 코스닥 시장에서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해 주당 3750원(시가총액 1710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샌드크래프트의 최대주주는 정미숙 씨로, 김훈 씨디바이스(Seedevice) 대표의 배우자다. 씨디바이스는 양자형 CMOS 이미지 센서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벤처 기업으로 알려졌다.
샌드크래프트와의 관계성을 토대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미지 센서 시장 진출에 나선 씨디바이스가 국내에 우회 상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지 여부에 궁금증이 커졌다.
이 가운데 허위 공시로 코스닥 시총 4위까지 오른 뒤 2008년 4월 17일 상장폐지된 바 있는 플래닛82 사건의 장본인이 김훈 씨디바이스 대표라는 점은 투자자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11월 당시 플래닛82는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당시 “어두운 곳에서 촬영이 가능한 나노이미지센서의 상용화칩을 개발했다”며 기술을 시연한 이가 국책연구기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소속 김훈 전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이다. 검찰 조사 결과 주가 급등을 불러온 나노이미지센서 기술 시연회는 조작극으로 밝혀졌다.
코드네이처 관계자는 “자금 조달 관련 배경은 아직 모르겠고 이성락 씨와 회사와의 특별한 관계는 없다”며 “해당 자금 유치를 통해 전반적으로 회사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코드네이처는 내달 18일 정관 변경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 사업 목적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