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37곳·3224억 조달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총 3224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바이오 투자 심리가 급속하게 냉각된 영향 탓에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 수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투자 침체 장기화에 따른 변화를 ‘뉴노멀’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히트뉴스가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총 37곳이 올해 상반기(6월 30일 주금 납입 완료 기준) 자금 조달을 마쳤다. 총 자금 조달 규모는 3224억원으로, 자체 집계한 2022년 상반기 조달액(1조3107억원) 대비 9883억원(-75%) 줄었다. 올해 상반기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투자액 미공개 건 포함, 104곳)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각 업체들은 올해 1분기엔 1102억원, 2분기엔 2122억원을 투자자들로부터 모았다. 작년 1분기 각 업체들의 조달액은 7887억원, 2분기는 5220억원었다. 올해 상반기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시장은 작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침체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작년 상반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달업체 및 조달액이 줄었다. 반면 올해 2분기는 전분기(올해 1분기) 대비 조달 성공 업체 및 규모에서 소폭 오름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자료=히트뉴스 자체 집계 및 재구성
올해 상반기의 경우 투자 라운드별로 보면 시리즈 A의 비중이 가장 컸다. 조달액(1309억원)과 투자 완료 업체(14곳) 모두 다른 투자 라운드를 앞섰다. 시리즈 A에 이어 시리즈 B(1144억원, 10곳), 프리 IPO(317억원, 3곳), 시드 및 기타 투자(284억원, 8곳), 시리즈 C(170억원, 2곳) 순으로 조달 규모가 컸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역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은 극도로 어려워진 자금 조달 시장을 헤쳐 나간 모습”이라며 “작년보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활로가 열리면서 2분기 들어 소폭 회복세를 보인 점이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두고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2020년 이후 줄곧 목격됐던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조달 건은 올 상반기 일절 나타나지 않은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업체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캐시워크’를 서비스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넛지헬스케어(시리즈 A, 300억원)였다. 넛지헬스케어는 작년 약 8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내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더불어 넛지헬스케어를 위시한 헬스케어 업체가 전반적으로 올해 상반기 자금 조달 시장에서 선전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이어져 온 상반기 트렌드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금 조달 최상위는 줄곧 바이오로직스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차지해 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 톱픽'(Top-pick·최선호주)’은 치매(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리바이오(프리 IPO, 1345억원), 2021년 상반기 최다 자금 조달 업체는 항암신약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프리 IPO, 1603억원)이었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의 경우 초기 투자에 해당하는 시리즈 A 라운드에서 톱픽이 꼽힌 것도 이례적이다. 대개 투자 라운드가 후기로 진행될수록 사업화나 상장 등 주요 이벤트가 가시화되면서 조달 규모가 커진다.
이는 시드 또는 시리즈 A 투자 업체가 아직 사업화 국면에서 시장에 보여줄 게 많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성장 기대감을 전면에 세워 조달에 성공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각각의 조달 규모는 적은 게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텍 가운데서는 2년 만에 다시금 투자 유치에 나선 오름테라퓨틱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오름테라퓨틱은 ‘표적 단백질 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er·TPD)’ 기술을 앞세워 다시금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 총액이 줄어들었다는 건 임상을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야 하는 신약 개발바이오 벤처들로 향하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라며 “조달 자금이 줄어 연구개발(R&D) 경쟁력과 동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을 대비해 면밀한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하거나 이른 시기에 매출을 일으켜 사업을 지속할 체력을 투자자들에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