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구독자 감소…3년 전 주가로 돌아간 디즈니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다만 주력 사업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구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성장이 정체된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과거 디즈니 전성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후에도 주가는 여전히 3년 전 팬데믹 당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디즈니는 미국 회계연도 기준 올해 3분기(4~6월) 매출액, 조정 주당순이익(EPS)로 각각 223억3000만달러, 1.03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주당순이익은 6% 감소했다.
디즈니의 이번 분기 주당순이익은 월가의 컨센서스인 0.95달러를 웃돌았다. 시장의 우려 대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디즈니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다만 디즈니의 현 주가 수준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충격 당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당 203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87달러까지 추락했다. 2년 전 기록한 고점 대비 현재 주가는 57% 떨어진 상태다.
주가가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 부문은 콘텐츠 판매 및 라이센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이 포함된 미디어·엔터테인먼트로 63%에 달한다. 나머지 37%가 디즈니랜드로 대표되는 테마파크 및 제품 사업 부문이다.
무엇보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등 스트리밍 사업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분기 디즈니플러스의 총 구독자수는 1억4610만명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인 1억5110만명에 못 미쳤다. 직전 분기 대비해서도 1170만명이나 줄었다. 인도 스포츠리그 크리켓의 스트리밍 중계권 상실에 이탈한 구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디즈니는 경쟁사인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계정 비밀번호 공유를 단속하기로 했다.
콘텐츠 판매 및 라이센싱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제작비만 약 2억달러에 달하는 픽사의 영화 ‘엘리멘탈’은 전 세계적으로 4억23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치며 흥행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이거 CEO도 “최근 우리 영화 중 일부의 결과는 분명히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점은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테마파크 사업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분기 테마파크 사업 부문 매출액은 13% 늘었다. 특히 해외 테마파크와 리조트의 실적이 좋았다. 홍콩 디즈니랜드 매출액은 94% 급증했고,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최근 티켓 가격을 인상했다.
현금흐름이 개선된 점도 주목된다. 디즈니의 잉여현금흐름은 16억3700만달러 순유입됐다. 전년 동기 유입 규모인 1억8700만달러 대비 훌쩍 뛰었다. 잉여현금흐름은 향후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아이거 CEO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을 강조한 만큼 당분간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 연초 이후 디즈니는 7000명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즈니가 내놓는 전략들은 수익성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스트리밍 사업에서 무광고 요금제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부분에서 OTT를 통한 광고 수익 확대를 도모하려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