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옥 매력…사모펀드 러브콜

ABL생명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다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KDB생명이 5수 끝에 새 주인 찾기에 진척을 보인 덕분에 ABL생명 역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BL생명은 저축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탓에 수년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다. 포트폴리오 개선 및 이익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인수 후보의 자금력 및 ABL생명 수익성 개선 의지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인수전에는 노틱인베스트먼트, JC플라워, 파운틴헤드PE 등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긴다. ABL생명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익체력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저조한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ABL생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저축성보험은 이차마진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금리를 비롯한 외부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손해율 관리에 용이하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보장성 영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ABL생명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는 쪽 역시 ABL생명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선 보장성보험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대형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중소형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상품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BL생명은 2016년 말 다자보험(안방보험)에 매각되기 전 독일 알리안츠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모그룹의 보험상품구조를 활용해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에 특화된 보험영업 전략을 보유했다. 다자보험은 ABL생명을 인수한 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보장성보험 확대에 힘을 쏟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방카슈랑스 등 채널을 통해 주로 판매되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은 설계사혹은 온라인 채널이 주 판매처다. 때문에 보장성보험 판매에 용이한 영업망도 구축해야 한다. 보험업에 대한 노하우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수후보자들 모두 중소형운용사인 만큼 ABL생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풍부한 경험을 보유했던 기존 대주주도 ABL생명의 이익체질 개선에는 실패했는데, 경험도 자금력도 충분하지 못한 중소형운용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ABL생명의 기업가치를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BL생명이 보유한 여의도 본사 사옥 가치만 3000억원에 이른 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부동산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ABL생명 인수 후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데만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ABL생명의 이익체질을 개선한 뒤 몸값을 높여 이익을 내는 것 보다 부동산 투자가 훨씬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고려하면 ABL생명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며 “자금 투입 능력과 보험업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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