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KDB생명 매각성사 공들이기 ‘총력’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성사에 팔을 걷어 올린 모양새다.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부담을 감수하며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인수자 측의 우군 역할을 자처하는 셈인데, 산업은행의 확고한 매각 의지가 잘 나타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KDB생명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업계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탓에 우선협상자인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의 적극적 지원책이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완주에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9월18일 납입을 목표로 142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모집가액은 주당 6196원으로 모두 2300만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9월14일 구주주 청약을 거쳐 유상증자 규모를 확정한다.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65.8%를 지닌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지만, 산업은행이 KDB칸서스밸류를 통해 KDB생명을 지배하는 구조다. 결국 산업은행의 의지가 반영된 유상증자로 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앞서 5월 KDB생명이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때 모두 인수했다. 6월에는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전액 지급보증을 섰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일반 채권과 비교했을 때 상환 우선순위가 뒤에 있어 자본의 성격을 띤 ‘자본성 증권’으로 분류된다. 채무증권이지만 일정 조건 하에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앞서 발행된 자본성 증권과 9월 예정된 유상증자까지 더하면 KDB생명이 산업은행 지원사격에 힘입어 조달한 자본은 올해에만 45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KDB생명에 자금 지원을 이어가는 이유는 KDB생명의 낮은 자본적정성이 꼽힌다. 올해 1준기 기준 KDB생명의 신지급여력(K-ICS)비율은 47.7%(경과조치 적용 전)다. 보험업계 평균(경과조치 전 192.7%)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급여력비울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1분기 말 KDB생명의 요구자본)은 1조5281억원이었지만 가용자본 7286억원에 불과하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충족하려면 가용자본이 8000억원 증가해야 한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치려면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본확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급여력비율 관리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면 그 만큼 하나금융은 부담을 덜 수 있다.
산업은행은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남겨 두고 KDB생명의 2대주주로 남을 계획으로 전해진다. 당초 하나금융은 KDB칸서스밸류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약 2200만주)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9월 예정된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약 2300만주다. 하나금융이 신주까지 매입해야 한다면 인수 금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산업은행 측이 지분을 일부 쥐고 있는 다면 인수자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기 때문에 향후 영업력 강화 등에서도 2대주주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측에서 유상증자, 2대주주 잔류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며 KDB생명 매각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금전적 부담까지 안으며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은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