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키워낸 영화 ‘잠’,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중예산 한국영화 ‘잠’이 개봉 13일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고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국내 벤처캐피탈인 ‘쏠레어파트너스’가 영화 제작을 주도해 투자수익을 내고 신인 감독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잠’의 누적 관객수는 전일 기준 누적 103만명을 기록했다. 잠은 지난 6일 국내 극장에 개봉했으며 오늘로 상영 13일차를 맞는다. 주연은 배우 이선균, 정유미가 맡았다.
잠의 BEP는 약 80만명이다. 해외 판권 선판매 금액과 인터넷TV(IPTV) 예상 수익 등이 반영된 수치다. BEP를 넘긴 덕분에 투자사도 수익을 내게 됐다. 영화 총제작비는 약 50억원으로 이중 30억원 가량이 순제작비다. 홍보마케팅(P&A) 비용으로 약 20억원이 들었다. 총제작비 절반(약 25억원)을 쏠레어파트너스가 댔다. 나머지 25억원은 영화 배급을 맡은 롯데컬처웍스 등이 집행했다.
쏠레어파트너스가 영화 제작을 주도해 감독 및 제작사를 섭외했다. 순제작비 60억원 이하 한국영화에 약정총액(AUM)의 45% 이상을 메인투자로 집행하는 300억원 규모 펀드 ‘쏠레어메인 영화투자조합’을 통해 투자를 집행했다. 이 펀드는 모태펀드가 영진위 계정 등을 통해 210억원을 출자했으며 지난 2021년 9월 결성됐다.
쏠레어파트너스는 현재 10억원 내외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잠’의 극장 매출액은 전일 기준 102억원이다. 여기서 부가세(10%)와 영화발전기금(3%)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의 50~55%를 배급사가 가져간다. 배급 수수료로 약 10%를 뗀 후 총제작비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 중 60%가 투자자의 순이익으로 잡힌다. 추석 전까지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잠’은 올해 개봉된 한국 상업영화 중 BEP를 넘긴 몇 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잠’ 외에는 ‘범죄도시3’, ‘밀수’ 등 3~4편이 전부다. 중예산 영화(순제작비 30억~74억원)로 범위를 좁히면 ‘잠’이 유일하다. ‘범죄도시3’의 총제작비는 135억원, ‘밀수’는 200억원 수준으로 고예산 영화에 속한다.
‘잠’은 투자 외적으로도 성과를 냈다. 신인인 유재선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유 감독의 첫 장편 작품이다. 이전에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연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조감독 등을 맡은 바 있다. ‘잠’은 국내외 평론가들의 잇단 호평도 받았다.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느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영화 ‘잠’은 올해 개봉된 중예산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투자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도유망한 신인 감독을 성공적으로 입봉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업계 발전에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