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조 카드결제…소비가 돌아왔다
“한동안 줄었던 소비가 최근 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에는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롯데백화점 팀장)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과 산업활동이 바닥을 짚은 가운데 올해 우리 경제 발목을 잡았던 소비도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매일경제가 경기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신용카드 매출, 물류, 전력 사용을 비롯한 최신 속보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동안 위축됐던 소비도 수출에 이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류는 다음달 초 정부가 발표할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담길 전망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지표에서 잇따라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자 올해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내수 변화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는 카드 매출이다. 여신금융협회 가맹 업체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9월 카드사 일평균 매출액은 3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9년 1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만 해도 전월 대비 평균 카드 매출 증가율은 중국 저성장 리스크와 고금리·고유가 충격에 -0.1%를 기록하며 위축됐지만, 9월에 4.2% 늘어 강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소비 회복은 이달 유통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들어 7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7.2%,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각각 13.2%, 10.0% 늘었다.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효과도 컸다. 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28만1000명)은 전월 대비 8.1% 증가했는데 지난달 신세계·롯데를 비롯한 서울시내 주요 면세점 매출도 23~68%가량 늘었다.
소비에 앞서 수출, 생산은 이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8월 전산업생산지수는 반도체가 약진하며 3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제조업 가동률(73.4%)이 1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주력 업종 생산이 늘며 지난달 무역수지는 넉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불거진 중동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 여부가 실물경제 회복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좀 더 지속적인 개선 흐름이 나와야 경기 반등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중에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다만 가전이나 가구 같은 내구재 소비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