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멘”만 외치다…웃지 못하는 서학개미

지난달 말부터 펼쳐진 반등장에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이 두드러진 기술주 대신 채권, 반도체 인버스에 주로 투자하면서 상승장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선호했던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서학개미들은 최근 들어 매그니피센트7(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을 외면하고 있는데 최근 어닝서프라이즈와 상향되는 컨센서스를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해외 종목은 테슬라로 2억9552만달러였다. 테슬라 상승률의 1.5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5636만달러로 순매수 6위에 들었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은 다른 M7 주식에 대해선 대량 매도하면서 테슬라를 제외한 M7 종목들은 순매수 상위 목록에 들지 않았다. 최근 한 달간 매도 결제액을 보면 엔비디아는 6억947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2억6172만달러, 아마존은 1억3590만달러 규모였다. 엔비디아는 한 달간 21.7%, 마이크로소프트는 14.2%, 아마존은 15% 상승했는데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 때문에 수익을 놓친 것이다. 테슬라는 한 달간 13.8% 올라 M7 주식 중에선 상승률 4위였다.

게다가 서학개미들은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반도체 하락 3배에 베팅하는 ETF를 한 달간 6361만달러어치 매수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티커명 ‘SOXS’라는 ETF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하락폭의 3배를 추종하는 ETF인데 최근 한 달간 31.9%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이 9월 들어 시작된 기술주들의 주가 조정에 이달까지 꾸준히 ‘팔자’로 대응한 것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당분간 빅테크 주도의 상승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장기 금리가 내려가고 있고 정책금리도 인하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빅테크들은 시장의 기대를 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수급도 받쳐주고 있다”면서 “S&P500지수가 역사적 전고점을 바라보는 상황이고 비이성적인 과열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보유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마존이나 애플은 연말 소비 시즌을 맞아 4분기 실적이 잘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엔비디아 역시 월가의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주식이기 때문에 여전히 상승 여력이 많다”고 말했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장은 “테슬라는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데이터 관련주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금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을 덜 받고 계속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주가 테슬라보다 투자 매력도 면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국채ETF도 대거 매수했다. 20년물 미국채ETF(TLT)와 3배추종 20년물 미국채ETF(TMF)가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 순매수 2, 3위를 차지했다. 유 본부장은 “투자성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고 채권 ETF 수익률이 연 7~8%라면 빅테크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서 주식 매력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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