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매각 불발’ SK스퀘어, 콜옵션 행사할까
11번가가 H&Q코리아로부터 투자받은 5000억원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며 지분 80.26%를 보유한 SK스퀘어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최근 큐텐과의 지분매각 협상이 결렬되며 새로운 자금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SK스퀘어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우선 행사하고 추후 11번가 지분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다음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콜옵션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자회사인 11번가가 지난 2018년 H&Q코리아로부터 투자받은 5000억원 상당의 지분(18.18%)이 대상이다. SK스퀘어는 해당자금에 대한 상환 기한이 임박했지만 최근 큐텐과의 11번가 지분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에 다수 존재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신뢰도 문제가 걸려있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SK스퀘어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드, SK㈜ 등 지주사들의 자회사들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앞으로 투자금 조달이 필요한 곳들도 많이 남아 있는데, 11번가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FI가 회수 가능성을 문제 삼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SK스퀘어 입장에서 FI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활용해 11번가를 매각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앞선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시급한 H&Q코리아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낮게 설정하고 원매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SK스퀘어에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크게 차이 나는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큐텐과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유도 양측이 기업가치를 두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큐텐은 협상과정에서 SK스퀘어 측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현금에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교환하는 사채(EB)를 얹어주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SK스퀘어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스퀘어 측에도 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은 큰 부담이어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콜옵션 행사 이후 11번가 지분을 매각해 보유자금을 원상복귀 시킬 수는 있지만, 단기간 재무상황이 악화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기준 SK스퀘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16억원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과의 지분매각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SK스퀘어가 결국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라며 “이번 딜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SK스퀘어도 안정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번가가 H&Q코리아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한 것은 지난 2018년이다. 당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지만, 최근 증권시장이 기업공개(IPO)에 우호적이지 않고 회사 경영실적도 악화되며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H&Q코리아는 투자 당시 3호 블라인드펀드를 비히클로 활용해 1000억원을 투입했고 나머지 자금은 국민연금(3500억원), 새마을금고(500억원) 등으로부터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