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늘부터 흑연 수출통제…서방과 ‘광물전쟁’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갈등 전선이 반도체 등 첨단제품에서 핵심 광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이르면 12월 1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에서 중국산 부품을 차단하는 세부 규정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은 이날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유럽연합(EU)도 중국을 겨냥한 ‘핵심원자재법(CRMA)’의 시행을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은 1일부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원자로에 필수적인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를 실시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업체가 수출 신청을 하면 정부가 이를 심사한 후 승인을 하는 것으로 전면 수출 금지까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를 통해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를 가하고 있는 서방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서방이 중국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인다면 중국도 점진적으로 통제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WP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화석연료를 끊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자 미국에 대한 최대 흑연 공급국이다. 미국은 전체 흑연 수입의 3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한다. 한국과 일본은 흑연 수요의 90% 이상을 중국에 기대고 있다.
중국은 더 많은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에도 나설 수 있다. 이미 지난 8월부터 첨단 반도체와 무기 시스템,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갈륨, 게르마늄 수출통제를 시작했다. 7월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발표했을 때 웨이젠궈 전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에 대한 첨단산업 통제가 심해질수록 중국의 대응 수위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은 다양한 가용 수단을 갖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은 오늘날 청정에너지 기술과 첨단 제조업 등에 필수적인 17개의 광물을 뜻하는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2018~2021년 미국 희토류 수입의 74%,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담당했다. 아울러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과 코발트의 80%를 정제하고 있다.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은 석유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희토류를 갖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반해 EU도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 의회,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 간 ‘핵심원자재법(CRMA)’ 3자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고 밝혔다. 핵심 원자재법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안이다.
세부적으로 2030년까지 EU 회원국은 핵심 원자재의 수입원을 다변화해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했다. 또 2030년까지 EU는 역내에서 핵심 원자재의 10%를 채굴하고 40%를 가공·처리하며 25%를 재활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법안은 이르면 내년 초 발효된다.
특히 이번에 EU는 핵심 원자재에 ‘합성흑연’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유럽은 (핵심 광물의) 공급 부족과 원치 않는 (중국에 대한) 종속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