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아메리칸 뷰티’ 간판주 강세…K-뷰티, 중국 의존도 줄이기 안간힘
미국 소비지출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소비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아메리칸 뷰티’ 관련주 매수세가 몰리는 분위기다.
타깃(TGT)과 메이시스(M)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화장품 판매를 강조한 데 이어 ‘미국판 세포라’ 얼타뷰티(ULTA)를 비롯해 미국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엘프뷰티(ELF) 등 경영진은 연달아 사업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내년 미국 경기 침체가 따를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은 ‘필수재’로서의 성격을 굳혔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따른다.
한편에서 차이나 리스크 탓에 주가 약세를 이어온 ‘K-뷰티’ 간판 기업들은 미국·유럽 시장 비중을 늘리는 등 시장 다각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얼타뷰티(본 거래↑1.42%)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2% 가까이 급등했다.
회사가 2023회계연도3분기(8~10월) 호실적과 더불어 해당 회계연도 사업 목표치를 일부 상향하면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회사가 발표한 분기 실적은 매출 24억9000만 달러, 1주당 순이익(EPS·조정치 기준) 5.07달러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 기준 시장 전문가 기대치(매출 24억7000만달러·EPS 4.96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이날 데이비드 킴벨 얼타뷰티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화장품 사업 전망이 밝다”는 긍정적인 발언과 함께 2023회계연도 매출 목표 범위(기존 110억5000만~111억5000만 달러→111억~111억5000만 달러)와 1주당 순이익(EPS) 목표 범위(기존 25.10~25.60달러 →25.20~25.60달러) 하단을 각각 올려잡았다.
얼타뷰티 주가는 최근 빠르게 반등하는 분위기다. 올해 1월 이후 연중 기준으로는 약 10% 하락했지만, 지난 달 1일 이후 최근 한 달 새 주가는 13% 넘게 올라섰다.
소비지출 둔화 우려에도 화장품 사업이 확장세를 거듭한다는 내용의 기업들 분기 실적 발표가 나온 것을 전후해 투자자들이 앞다퉈 미국 화장품 관련주를 사들인 영향이다.
미국 화장품 및 향수 생산·판매업체인 코티(COTY) 주가도 연중 기준 약 30% , 한 달 새 22% 뛰었다.
미국 엘프뷰티도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약 27%, 연중 약 113% 뛰었다.
지난 달 1일 회사는 올해 3분기(7~9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한 해 사업 목표치를 대폭 올려잡았다.
엘프뷰티의 3분기 매출은 2억1550만 달러로 작년 3분기(1억2230만 달러)보다 76% 불어났고, EPS 는 0.58달러로 작년 3분기(0.21달러) 176% 급등했다.
회사는 두 개 분기 연속 사업 목표치를 상향했다. 실적 발표 날 맨디 필즈 엘프뷰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한 해 매출이 작년보다 55~57% 늘어난 8억9600만~9억600만 달러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LSEG 집계 기준 시장 전문가들이 올해 매출이 평균 47.1% 늘어난 8억5200만 달러일 것으로 본 수치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한편 지난 달 15일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크리스티나 헤닝턴 최고성장책임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올해 동일 매장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4.9% 감소한 반면 총 매출은 2.7% 증가했다”면서 “해당 분기에도 임의 소비재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그 중 화장품 등 미용 관련 제품 판매가 부진을 일부 메꾸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타깃은 따르면 임의 소비재 중에서도 화장품 관련 매출 만큼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기록해왔다.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얼타 뷰티와 손 잡고 화장품 판매 사업을 키워왔다.
이어 같은 달 18일 미국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스의 토니 스프링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날 분기 실적 발표에서 화장품 사업을 강조했다.
스프링 CEO는 “뷰티, 특히 고급 화장품과 향수 사업이 예상보다 잘 됐다”면서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 중에서 특히 색조 화장품과 피부 관리 제품 고객 반응이 좋다”고 언급했다.
메이시스는 지난 3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연간 6.7%, 순매출은 7.9% 감소했다. 스프링 CEO 는 “소비자들이 연말 학자금 대출 상환과 고금리 부담, 신용카드 빚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015년 인수한 화장품 판매업체 블루머큐리의 해당 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2.5% 늘어나는 등 뷰티 관련 사업은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평이다.
화장품은 명목상 임의 소비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필수 소비재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CFRA리서치의 자카리 워링 연구원은 “아름다움이란 거의 필수품과 같다”면서 “사람들은 화장품 지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타마라 참 연구원은 “사람들은 스웨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꾸미고 싶어하기 화장품을 사며 행복해한다”고 언급했다.
앙글리아 러스킨 대학 소속 카트린 얀슨-보이드 소비심리학자 역시 “메이시스와 타깃 등은 고가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할인을 자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위 2:1 효과를 느낀다”면서 “코트를 비롯한 의류 등 값 비싼 품목 대신 더 작고 저렴한 화장품을 구매함으로써 돈은 아끼고 만족감은 비슷하기 때문에 화장품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소비 열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마다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종목별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계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EL)는 올해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한국 화장품 간판기업인 LG생활건강(051900) 주가가 연중 약 55% 떨어진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두 기업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저가 유사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 죽순 생겨나는 등 차이나리스크가 여전한 탓이다.
지난 달 1일 에스티로더의 파브리지오 프레다 CEO는 이날 2024회계연도1분기(7~9월) 실적 발표를 통해 “2024회계연도를 통틀어 순매출이 작년보다 2% 줄어들거나 아니면 1% 증가에 그칠 것이며 EPS 는 2.08~2.35달러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 본토에서 고급 화장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역풍을 감안해 전망치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회사는 순매출이 5~7%늘어나고 EPS 는 3.43~3.70달러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기대를 낮춘 셈이다.
한국 증권가에서도 ‘K-뷰티’ 산업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 29일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과 주요 투자자들을 초청해 글로벌 시장 사업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의 한유정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12개월 목표가를 16만원으로 유지한다”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등을 앞세워 미국 등 성장세가 큰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이는 바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오는 2027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코스알엑스 매출이 오는 2027년에는 1조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추정 매출(47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코스알엑스 잔여 지분(28만 8000주)을 총 7551억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매출 감소 대안으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