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지분매입 논란…남몰래 웃는 MBK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hy(한국야쿠르트)의 위법 논란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hy의 추가 매집은 물론 조 회장 측 잠재 우군의 참전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단 이유에서다.
논란이 불거진 건은 한국앤컴퍼니 주요 주주인 hy가 공개매수 첫 날에 약 50억원 안팎의 이 회사 주식을 장중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시장은 윤호중 hy 회장이 조 회장과 40년 넘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단 점에서 조 회장 우호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 회장이 조 회장이 ‘1차 형제의 난’에 휘말렸던 2021년 한국앤컴퍼니 주식 160억원어치를 샀단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 공개매수 전 거래량·주가 급등… hy “단순 투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y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었는 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직전부터 이 회사 주식 거래량이 대폭 늘었단 점에서 hy가 사전에 미공개 정보를 파악, 선행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공개매수가격보다 높도록 시세를 조종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달 20일 기준 1만2840원이었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공시 전날인 4일 1만6820원으로 30.1% 상승했다. 특히 11월 22~24일 10만주를 밑돌던 일평균 거래량은 27~29일 20만주로 늘어났고, 공개매수 전날엔 59만5364주까지 뛰었다.
금융감독당국도 해당 논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hy의 지분 매입 과정을 살펴본 뒤 불법 정황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조사에 돌입하겠단 입장이다.
반면 hy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항변 중이다. 고배당주인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샀는데, 공교롭게도 경영권 분쟁과 맞물렸다는 입장이다. hy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상장사가 통상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배당 기준일)하는 데다 올해 이 회사 배당 규모가 늘어날 여지가 크단 점에서 합리적인 주식 매입으로 볼 수 있어서다.
◆ 눈 부릅뜬 금감원, 제3세력 등판 ‘부담’
hy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집이 공개매수 응모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MBK 입장에선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의 잠재적 백기사가 주식을 사모으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현재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주식 4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과반이 넘는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약 760만주(8%)가 필요한데, 매매 대금은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은 조 회장이 개인이 직접 나서기 보단, 우호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조 회장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hy 뿐 아니라 극동유화, 고려아연, 범(凡)효성가 등이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가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게 된 만큼 이들 우호세력의 지분 투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hy 논란이 올 초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공개매수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은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앞서 하이브는 올 2월 SM엔터 주식을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SM엔터 주가가 12만원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이 회사 주식을 비싸게 사들이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고, 결국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카카오 임원들을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 주가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조 회장 편에 서려던 제3세력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MBK가 hy 논란을 공론화 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MBK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MBK 관계자는 “금감원에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는 소문은 과장된 것일 뿐, 따로 의뢰를 하진 않았다”며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금감원에 공개매수 계획을 보고를 했고, 금감원이 한국앤컴퍼니 주가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