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쓴 영화 ‘노량’, 롯데컬처웍스 승부수 통할까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컬처웍스’와 설립 6년차 영화 제작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개봉 일주일을 앞둔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에 과감한 베팅을 단행했다. 영화 흥행을 자신하며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절반씩 나눠 부담했다. 영화가 극장 관객 720만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어, 두 회사의 승부수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12일 문화콘텐츠 투자 업계에 따르면 ‘노량’의 제작비는 이 영화 공동 메인투자·배급을 맡은 ‘롯데컬처웍스’와 ‘에이스메이커’가 각각 절반 가량 부담했다.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의 자금은 거의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마케팅 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등만 진행, 개인투자자로부터 약 6억원을 조달했다.
일반적으로 메인투자사는 영화 제작비 20~30%를 책임지고, 나머지는 벤처캐피탈 등에서 끌어온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고려하면 두 회사는 통큰 베팅을 단행한 것이다. 영화는 정부·극장·배급사 몫을 떼고 제작비까지 차감한 다음 투자수익을 배분하므로, 작품이 BEP를 넘기지 못하면 손실은 급격히 불어난다.
노량은 고비용이 들어간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순제작비만 286억원이 투입됐다. 홍보마케팅비(PA)를 포함하면 3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 사용됐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더 문'(순제작비 286억원)과 함께 가장 많은 자금이 쓰인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작·개봉된 한국 상업영화 평균 순제작비는 100억원, PA비용은 25억원이다.
롯데컬처웍스와 에이스메이커는 ‘노량’의 흥행을 자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량’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3부작 시리즈물의 마지막 작품이다. 1탄인 ‘명량'(2014)과 2탄인 ‘한산'(2022) 모두 크게 흥행한 바 있다. 특히 ‘명량’은 극장 관객 1761만명을 동원,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명량’이 개봉한 지 약 10여년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 기록을 깬 영화는 없다.
롯데컬처웍스는 ‘한산’부터 메인투자·배급을 맡았다. 이 영화는 총 726만명의 극장 관객을 모아 BEP(600만명)를 넘겼다. 특히 한산은 개봉 한 달 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에 150억원 내외로 판매돼 상당한 부가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명량’은 CJ E&M(현 CJ ENM)이 메인투자·배급을 맡았다. 영화 배급사 선정에는 제작사 입김이 작용한다.
에이스메이커는 지난 2018년 설립된 신생사다. 자금을 조달할 여력은 충분하다. 이 회사 실질 최대주주는 이상록 스탠더스 회장이다. 화장품 브랜드 ‘AHC’를 유니레버에 매각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쥔 인물이다. 에이스메이커는 설립 직후인 2018·2019년 스탠더스를 대상으로 총 35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다만 ‘한산’에 투자하지는 않았다.
‘노량’의 투자자 기준 BEP는 극장 관객 720만명으로 책정됐다. 극장 상영 종료 후 주문형비디오(VOD)·인터넷TV(IPTV) 등을 통해 올리게 될 부가판권 예상 수익 등이 일부 포함됐다. ‘노량’이 한국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라, 해외 판권 판매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컬처웍스는 ‘노량’을 전작처럼 OTT에 빠르게 판매할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예상 수익도 BEP에 반영되지 않아 기준이 높아졌다. 극장 흥행 성적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전작인 ‘한산’도 약 300억원의 총제작비가 들었지만, BEP는 600만명으로 책정됐다.
한편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8월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총제작비 223억원도 사실상 홀로 부담한 바 있다. 복수의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수차례 펀딩을 추진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예상 부가수익 등을 끌어모아 ‘콘크리트 유토피아’ BEP를 380만명으로 책정했고, 영화는 흥행에 선방해 극장 관객 384만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