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티빙, 야구중계 1200억 베팅한 속내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이 승부수를 던졌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야구 3년 중계권 입찰에 1200억원을 적어냈다. 신규 이용자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다른 OTT인 ‘웨이브’와의 합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5일 문화콘텐츠 투자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2024~2026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국내 유무선 중계권 경쟁 입찰에서 연평균 4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적어냈다. 3년 간 총 1200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중계권에는 하이라이트·주문형비디오(VOD)·스트리밍 재판매 권리 등이 포함된다.

입찰에 참여한 스포티비(SPOTV) 채널 운영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는 연 300억원 내외의 금액을 제시했다. 네이버·SKT·LGU+·아프리카TV 등으로 구성된 통신·포탈 컨소시엄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인 것으로 파악된다.

KBO 리그 중계권은 줄곧 통신·포탈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주로 통신3사와 네이버가 주도했다. 통신·포탈 컨소시엄은 2019~2023년 중계권 가격으로 연평균 220억원을 지불했다. 지난 2014~2018년 가격은 연 평균 93억원에 불과했다.

◆ 프로야구, 신규 이용자 유입·이탈방지 효과 높아…매 경기 22만명 시청

티빙 상황을 고려하면 과감한 승부수다. 그간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수년째 손실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티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만 마이너스(-) 1177억원에 달한다.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더라도 방영권 매입으로 인한 비용을 인식해야한다. 또 보유 중인 판권의 회계상 유효기간은 3년에 불과해 매년 수백억원의 상각비까지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스포츠 콘텐츠 확보로 이용자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티빙을 비롯한 OTT들의 매출은 주로 이용자가 매달 지불하는 이용료에서 발생하는 만큼, 신규 유입 및 유지가 필요하다. 티빙 입장에서는 고정 팬층이 탄탄한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기존 OTT 이용률이 낮은 남성 층을 유인할 수 있고, 락인(묶어두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가 지난 5년간 프로야구 3600경기를 생중계하며 누적 시청자 8억명을 끌어모았을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경기당 22만명이 관람한 셈이다.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아둔 주문형비디오(VOD) 조회수도 70억건에 육박할 정도다. 오프라인 인기도 상당하다. 지난해 국내 야구 경기장 관중은 총 810만명이었다.

실제로 ‘쿠팡’이 운영 중인 OTT ‘쿠팡플레이’가 해당 전략을 쓰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독일 분데스리가·K리그 등 축구 주요리그를 비롯해 테니스·미식축구·모터스포츠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이번 프로야구 중계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미국 야구인 메이저리그(MLB)를 국내 독점으로 중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티빙, 웨이브와 합병비율 협상 시 ‘우위 확보’ 전략인 듯

티빙의 승부수는 다른 OTT인 ‘웨이브’와 합병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현재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콘텐츠 매입비용보다 이용자 수가 더 크게 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관건은 합병비율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지면, 두 회사 주주들은 비율에 따라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이는 기업가치에 좌우된다. 티빙은 지난 2022년 7월 OTT인 KT시즌을 흡수합병하며 몸값을 완전희석 기준 1조9622억원으로 평가했다. 웨이브는 2022년 12월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투자 후 기업가치를 1조1901억원으로 평가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들을 제외하고 각사별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비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병 이후 지분율이 변동 될 수 있어서다. 일단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40.5%)다. 티빙 2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C그로스인베스트먼트'(JCGI)와 ‘KT스튜디오’로 각 13.5%씩 들고 있다. 웨이브 2대주주는 지상파 3사로 각 19.8%씩 보유 중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티빙 2대주주들이 웨이브 2대주주들보다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월간활성이용자(MAU)로 보면 티빙이 웨이브를 앞선다. 티빙의 MAU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06만명, 웨이브는 400만명으로 알려졌다. 티빙 MAU는 2022년 대비 21.1% 늘었고 웨이브는 동 기간 9.3% 가량 감소했다. 재무적으로 보면 웨이브가 우위에 있다. 올 3분기 기준 웨이브 매출은 2460억원, 순손실은 797억원이다. 티빙 매출은 2264억원, 순손실 1177억원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만성 적자라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미래 수익을 추정하고 여기에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MAU는 상당히 중요한 핵심 지표가 되기 때문에 티빙이 야구 중계권에 거액을 베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수합병의 핵심은 ‘합의’며, 양측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활용해 다양하게 밸류에이션하므로, MAU가 절대적으로 우선되는 데이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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