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中증시…’헝다 파산’ 악재까지
중국 금융당국이 주요 투자자 공매도 제한 카드를 꺼내들며 수세에 몰린 중국 증시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중화권 증시 전문가들은 섣부른 매수에 주의하라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중국 경제 뇌관인 부동산 침체 리스크와 관련해 초대형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이 청산 명령을 받은 일을 계기로 중국 주식 투매가 이어질 것을 의식한 당국이 미리 본토 증시에서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국내에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확대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법원은 헝다그룹을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들 청원을 받아들여 헝다 파산 명령을 내렸다. 청문회가 1년 반 동안 지속됐지만 회사가 여전히 3280억달러(약 438조원)에 이르는 부채에 대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명령이 나온 직후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20% 넘게 급락했으며 이후 해당 그룹 관련 주식들은 거래가 중단됐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홍콩 증시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홍콩 항셍지수와 H지수는 상승폭을 좁힌 결과 이날 오후 장을 기준으로 직전 거래일 대비 모두 약 0.6%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본토 증시에서는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CSI300지수가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0.92%, 0.90% 하락 마감했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올해 상반기(총 10조2000억원)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다만 이날 은행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을 통해 판매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이달 8~26일 기준 총 3121억원이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약 53%로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난 상태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헝다그룹 청산 명령 하루 전날 공지를 통해 사실상 공매도 제한에 나섰다. 증감회는 “비유통주 대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면서 “이달 29일부터 비유통주 대여를 잠정 중단하고, 오는 3월 18일부터 주식 대여 거래는 승인일로부터 1거래일 이후 실행이 이뤄지도록 제한한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비유통주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주와 달리 중국 기업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주주들의 거래가 제한되는 주식을 말한다.
개인투자자 보호 조치라기보다는 국유 기업 경영권 방어와 외국 자본 영향을 제어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부추'(중국 개인투자자들) 민심을 의식한 것을 넘어 외국인 투매가 국유 기업 자본 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본토 선전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도 전략적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 거래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냈다.
한편 28일 중국 당국이 부실 채권을 많이 보유한 국영 자산운용사 3곳을 국부펀드에 합병할 계획이라는 관영 신화통신 보도가 나왔다. 신화통신은 중국 신다자산관리와 오리엔트자산관리, 만리장성자산관리 등 3사가 자산 기준으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중국 중앙후이진투자공사에 ‘가까운 시일 내에’ 합병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