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코아 쇼크’…부활절 대목 앞둔 ‘배당 성장주’ 허쉬 한숨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 원두 가격이 1년 만에 3배 넘게 폭등하자 ‘배당 성장주’ 허쉬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말 부활절 대목을 앞뒀지만 코코아 주 산지인 서아프리카 이상 기후와 병해 탓에 코코아 선물 가격이 급등해 비용 압박이 커진 탓이다. 코코아 가격은 산업 현장에 널리 쓰이는 구리 가격도 넘어섰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코코아 원두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0.95% 올라 1톤(t)당 9163달러(약 123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3월 말 대비 3배 이상 뛴 수준이다. 구리 7월물 시세를 t으로 환산한 경우(8900달러)보다 비싸다.
이날 가격 상승을 자극한 것은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 자금난이다.
가나코코아위원회(GCB)는 작년 말 8개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8억 달러(약 1조 원) 규모 코코아 농가 지원 관련 대출을 확보했지만 작황 악화 탓에 2억 달러에 해당하는 대출 담보용 코코아 원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기상 악화 탓에 2023∼2024 수확연도 가나 코코아 수확량이 기존 예상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가나 자금난을 키우는 부분이다.
가나 뿐 아니라 코트디부아르와 카메론,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주요국도 작황 문제 탓에 코코아 가공 공장을 일시 중단하는 등 여파를 겪고 있다. 서아프리카는 전 세계 코코아의 75% 를 생산한다.
초콜릿 판매 대목인 부활절을 앞두고 허쉬와 몬덜리즈 같은 미국 제과 기업들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뉴욕증시에서 허쉬(티커 HSY)와 몬델리즈(MDLZ) 주가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각각 1%, 5% 하락해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같은 기간 10% 오른 것과 대비된다.
제과 업체들은 부활절 등 일부 성수기 판매가 실적을 가른다.
‘세계 최대 초콜릿 소비국’ 미국을 비롯해 서구권에서는 부활절에 토끼나 달걀 모양 초콜릿을 먹는 것이 일종의 전통처럼 통한다. 전미제과협회에 따르면, 부활절은 할로윈과 겨울 방학에 이어 미국 내 초콜릿 소비·판매 3위에 꼽히는 성수기다.
다만 월가 대형은행 웰스파고 산하 농식품 연구소의 데이비드 브랜치 코코아 담당 연구원은 “당장 이번 부활절에는 사람들이 초콜릿을 사겠지만 가격을 올리면 구매를 자제할 것”이라면서 “최근 소비 성향 변화를 감안할 때 코코아 원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내년에는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콜릿의 경우 업체들은 통상 선물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왔기 때문에 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비용 부담이 반영된다. 올해 현재 코코아 가격에 따른 비용은 연말까지는 비교적 압박이 덜하지만 추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다양한 기호식품이 늘어난 탓에 미국내 초콜릿 선호도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쉬 등 제과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마진을 얻을 여지도 줄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허쉬는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당 성장주로 주목 받아 왔다.
최근 10년간 배당금을 연 평균 약 10% 씩 올렸으며 최근 5년간 배당성장률은 8.74% 다. 배당 성향은 50% 선을 오간다.
현재는 분기별로 1주당 1.37 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연간 환산 배당 수익률은 2.87% 다. 뉴욕 증시에서는 배당 수익률이 약 3% 이상인 기업들이 배당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