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금감원 손에 달렸다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 인수를 결정했지만 최종 확정까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수 최종 승인을 결정하는 심사 주체가 금융감독원인 탓이다. 금감원의 판단에 따라 승인 절차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말까지 인수를 완료해야 하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다분히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과거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사례들을 보면 사법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승인 절차가 충분히 중단될 수 있다. 당시 리스크는 결국 관련 경영진의 사임으로 해소됐다. 금감원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의 책임소재를 현 경영진에 맞추고 있다. 그런 만큼 조병규 우리은행장뿐만 아니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향후 거취를 장담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회사 편입 승인, 실제 심사는 금감원…하이證·오렌지라이프 사례 재현 가능성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60일 이내로 승인 여부를 통보받는다.
관건은 심사 주체다. 해당 사안은 금감원이 관련 승인 신청을 접수받고 직접 심사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회사 편입 신고 접수(금융지주회사법 18조)와 편입 승인 요건 심사(금융지주회사법 17조)는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권한을 위탁하도록 명시돼 있다.
법상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은 크게 △편입회사 사업계획의 타당성 △금융지주사·자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관리상태 건전성이다. 이중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경영관리상태다.
앞서 우리금융은 이사회 보고를 통해 동양·ABL생명 인수가 당장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현 기조를 살펴보면 법적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영관리상태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릴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과거 사례 때문이다. 자회사 인수(편입)를 앞둔 금융지주에서 CEO 관련 사법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금감원은 여지없이 승인에 대한 적신호를 드러냈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DGB금융은 2017년 12월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를 결정하고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후 승인 심사 자체를 중단했다. 당시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을 리스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회장은 이듬해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금융당국은 그 이후 심사를 재개해 같은 해 9월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 승인 역시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결정하고 2018년 11월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위증 혐의로 인해 심사 중단 분위기가 짙어졌다. 그러자 신한금융은 다음달인 12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위 행장의 해임을 전격 결정했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판단에 금융당국은 이듬해 1월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의 사법리스크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충분히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다자보험그룹이 연말까지 두 보험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올해 내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상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0월 정기검사도 인수 승인에 악재…임종룡 회장 거취 흔들릴 수도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앞당긴 것도 승인심사가 미뤄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사전통지서를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발송하고 다음달부터 정기검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기검사는 일반적으로 두 달 정도 진행되지만 사안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등 업무 전반적 사안뿐만 아니라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적정성도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승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검사가 끝나기 전까지 승인 심사 자체를 시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상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의 책임 가능성에 우선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부정대출 정황이 조 행장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우리금융캐피탈에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현직 경영진과의 책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조 행장은 현 경영진으로 국한하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다.
임 회장의 거취 역시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금감원의 현 경영진 책임론에 임 회장 역시 포함되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한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임 회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임원회의 후 “조사 및 수사 결과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따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