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침체에 ··· 증권사들 비상장株로 눈돌린다
대내외적 악재가 터지며 국내 증시가 부진하자 기업공개(IPO) 침체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비상장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선학 개미(비상장사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투자 자료를 배포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힘쓰는가 하면, 개인과 기관을 위한 비상장 주식 거래 창구도 늘리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비상장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를 확대했다.
그간 ‘국내 IPO 시장 분석’ 월간 보고서를 발간해온 데서 그치지 않고 국내 비상장 기업 투자 현황에 대한 월간 보고서를 발행하기로 했다.
더브이씨, 혁신의숲, 한국벤처캐피탈협회를 비롯한 유관기관 협조를 받아 유망 기업도 발굴하고 정기적인 투자 설명회도 열기로 했다.
유진투자증권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달 투자 받은 비상장 기업수는 122곳이었다. 같은 기간 상장한 기업수(18곳)와 비교해 거의 10배 수준이었다.
올해 누적으로 봐도 투자를 유치한 비상장 기업 수는 1225곳으로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 수(117곳)의 10배를 웃돌았다.
비상장 기업의 투자 유치가 IPO에 비해 월별 변동성도 적다는 분석이다.
지난 5년간 IPO는 4~9월에는 급감하고 6~7월, 11~12월에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던 반면, 비상장 기업 투자 유치는 비교적 고른 모습을 보였다.
비상장 투자 금액도 IPO를 통한 공모 금액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PO 시장이 올 11월까지 약 4조6000억원의 공모금액을 기록하는 동안 비상장 기업 투자 금액은 약 6조1000억원(혁신의숲 집계)에 달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은 수요예측 단계부터 상장까지, 일부 포스트IPO 시장까지 확대해도 투자 기회가 너무 짧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 비상장 기업 투자 시장은 시드부터 시리즈A~F, 프리IPO까지 투자 기회가 다양하고 여러 형태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비상장 종목 거래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블록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정규 부서로 편성하고 기존 상장 주식 블록딜 사업을 비상장으로도 확장했다.
블록딜이란 대량 주식을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구해 주식을 통째로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NH투자증권은 실제로 몇건의 비상장 블록딜 주선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투자회수를 위해 비상장 기업 구주를 할인해 거래하려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비상장 기업은 정해진 주가나 밸류에이션이 따로 없고 리스크도 상장사보다 크다 보니 블록딜 수수료가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증권도 새롭게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 뛰어들 채비가 한창이다. 내년 3월 개설을 목표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에서 비상장 주식을 상장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수 종목에 대한 일대일 거래 중심이던 기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과 달리 다자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서울거래 비상장’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비상장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