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루닛, 헬스케어주 폭락국면에…최고 6300억 몸값 제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내달 공모 일정을 앞두고 오는 29일부터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다. 수요예측은 오는 7월 7~8일, 청약은 같은 달 12~13일이다.
루닛은 국내 대표 의료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힌다. 의사가 눈으로 놓치기 쉬운 암 병변을 검출할 수 있는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인사이트'(Lunit INSIGHT)가 주요 제품이다. 암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루닛스코프'(Lunit SCOPE)도 있다.
루닛은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를 앞세워 지난해 매출액 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다만 아직 적자다. 루닛은 2024년 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하겠단 목표다.
루닛은 의료 AI 기술력을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편이다. 앞서 기술특레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두 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매우 높은 평가다. 최근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한 바이오 중 이 정도 평가를 받은 기업은 찾기 힘들다.
결국 루닛 IPO 성패의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루닛이 제시한 희망공모가밴드는 4만4000~4만9000원이다. 희망공모가밴드 기준 공모 규모는 534억~595억원, 기업가치(신주모집 주식수·희석화가능주식수 포함)는 5699억~6347억원이다.
우선 밴드 상단 기준 기업가치 6347억원은 지난해 11월 장외 투자유치 때 기준으로 삼은 기업가치 4800억원보다 약 32% 높다. 반년여 만에 기업가치를 30% 이상 높인 셈이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은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요국 증시는 하락 추세다. 우리 증시 역시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찍을 정도로 약세다. 공모시장 투자 수요 역시 주식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시장에서 유독 저평가가 두드러진 업종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4건의 기술수출을 성공한 보로노이도 장외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며 두 번째 도전 만에 가까스로 수요예측 관문을 넘었다. 웬만한 상장 바이오의 현재 시장가치는 1~2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나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다.
더구나 먼저 코스닥에 상장한 의료 AI 회사의 동반 부진도 걸림돌이다. 뷰노, 딥노이드, 제이엘케이 모두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의료 AI 시장의 미래 성장 전망은 밝다. 다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 있다. 동종업계의 시장 가치 하락은 공모를 앞둔 루닛에도 부정적 요인이다.
반년 전 장외 투자 유치 당시 밸류에이션보다 밴드 상단 기준 30% 이상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루닛의 자신감이 공모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루닛의 행보는 뒤이어 공모시장에 등판할 다른 바이오의 상장 전략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에 대한 공모시장 투자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최근 주식시장 전반의 급락세가 맞물리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며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투자자도 지금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없으면 선뜻 투자하겠다 나서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닛은 업계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는 의료 AI 기업으로 결국 밸류에이션이 공모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공모에 돌입하는 내달 시장 환경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루닛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루닛은 미래 성장 산업인 의료 AI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국내외 투자자와 소통하면서 루닛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