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내수주가 `킹달러` 방파제…T모바일·달러제너럴 주목

서학개미에게 환차익을 주며 호재로 꼽혔던 강달러 현상이 미국 기업들의 이익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투자 메모를 통해 달러인덱스(DXY)가 1% 오를 때마다 S&P500 기업들의 평균 이익이 0.5%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동시에 S&P500 기업들의 4분기 이익 전망치는 강달러로 인해 약 10%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파운드화 가치 급락 효과로 한때 114 이상으로 치솟았다.지난 1년간 달러인덱스는 20%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연말 기준 달러인덱스 전망치는 118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로 인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S&P500지수가 최대 3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주식 전략가는 “최근 달러 강세는 역사적으로 2008년과 같은 경제 위기까지 번졌던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위험자산이 매우 불안한(untenable) 상황에 빠져 있다”며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강한 긴축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달러 가치가 급등한 점은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좋은 시기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윌슨 전략가는 올해 뉴욕 증시 하락장을 가장 정확히 맞혔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헤지펀드 GMO도 이날 리포트를 통해 “현재 달러는 선진국 화폐 대비 가치가 35년 내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미국 기업들 주가엔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 외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에선 강달러로 인해 이익이 줄거나 실적 기대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선 2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나이키에 대해 강달러의 영향으로 매출과 이익이 예상치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와 제프리스는 각각 나이키에 대한 목표주가를 130달러에서 123달러로, 155달러에서 130달러로 낮췄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나이키의 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0.95달러에서 0.90달러로 낮췄다. 이들 투자은행(IB) 모두 강달러의 영향을 이유로 들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액센츄어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회계연도 2023년 1분기) 환율의 영향으로 인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 효과가 약 8.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차손을 고려한 매출 가이던스는 152억~157억5000만달러로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였던 161억7000만달러를 밑돌았다. 팩트셋에 따르면 액센츄어는 매출 중 31%가 유럽, 22%가 미국·유럽 외 기타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해외 매출 비중이 작은 미국 내수 기업들로 도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강달러로 인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종목들을 담으라고 추천했다. 골드만삭스는 △치폴레 △CVS헬스 △달러제너럴 △사우스웨스트항공 △T모바일 △데본에너지 △크로거 등 환차손 위험이 없는 내수 기업들을 톱픽으로 꼽았다. 반대로 매출 중 많은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넷플릭스 △알파벳 △부킹홀딩스 △애봇랩스 △오티스 △3M 등 기업에 대한 투자는 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 중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이 가장 좋은 곳은 약 0.07% 조정을 받은 달러제너럴이다. 달러제너럴은 미국의 ‘천원숍’으로도 불리는 초저가 유통주다. 환위험을 피할 수 있는 특성에 더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EPS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8% 증가한 2.98달러를 기록해 월가 전망치(2.94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월가 연구원들의 매수 추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통신주인 T모바일이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T모바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연구원 14명 모두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174.38달러로 최근 종가 대비 약 31.79%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T모바일은 경쟁사인 스프린트를 2020년 인수한 뒤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 결과 지난달 버라이즌을 넘어 통신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9월 초부터 시작한 14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큰 호재로 꼽힌다.

한편 강달러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다양한 악재에 빠져 있는 뉴욕 증시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올해 S&P500지수가 23.8%나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 하락 여력이 작다는 분석이다. 스콧 크로너트 씨티 연구원은 “곧 시작되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업들은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갖고 올 것”이라며 “4분기엔 증시 반등이 있을 것이고, 연말께 S&P500지수가 4200선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단 내년 상반기에 약한 경기 침체가 온다는 전망은 유지한다”며 “IT, 헬스케어, 소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한 긴축정책을 펼친 이후 현재 주식시장은 과매도 상태가 됐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고, 투자자 심리가 매우 안 좋은 점은 현재 증시가 바닥인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rror: 더블클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