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가 5.0%↑…상승세 꺾였지만 당분간 5%안팎 고물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를 기록,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p)나 낮아졌다.

한때 6%를 넘어섰던 물가 상승세가 완연한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당분간 5% 안팎 고물가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가공식품과 외식 등 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11월 물가 5.0%↑…4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7월에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오른 뒤 8월 5.7%, 9월 5.6%로 낮아졌으나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5.7%로 오름폭을 키웠다. 한 달 만에 상승률이 0.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 10월을 제외하면 7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5%가 넘는 상승률은 지난 5월(5.4%)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 농축수산물 물가 기여도 0.46%p→0.03%p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상당폭 내린 데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온 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은 0.3% 올라 전월(5.2%)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전월 0.46%포인트에서 11월 0.03%포인트로 줄었다.

채소류(-2.7%)를 포함해 농산물이 2.0% 하락했는데, 농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건 지난 5월(-0.6%) 이후 처음이다.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이 올랐으나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고구마(-13.5%) 등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은 1.1% 올랐다. 돼지고기(2.6%), 닭고기(10.2%)가 올랐지만 국산쇠고기(-2.4%)는 내렸다.

고등어(8.3%), 오징어(15.2%) 등 수산물은 6.8%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5.9% 올라 전월(6.3%)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9.4% 상승해 전월(9.5%)과 비슷하게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빵(15.8%), 스낵과자(14.5%) 등이 오른 영향이다.

석유류는 5.6% 올라 전월(10.7%)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석유류는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경유(19.6%), 등유(48.9%) 오름폭이 컸으나 휘발유(-6.8%), 자동차용 LPG(-3.2%)는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렸다.

◇ 외식물가 8.6%↑…고공행진 지속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6.2%로 전월(6.4%)보다 둔화했다.

이 중 외식은 8.6% 올라 전월(8.9%)보다는 상승률이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선회(9.0%), 구내식당식사비(5.5%) 등이 올랐다.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4.5%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관리비(5.3%) 등이 오른 영향이다.

집세는 전세가 2.2%, 월세가 0.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3.1% 상승해 전월(23.1%)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 10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라 전월(6.5%)보다 둔화했다.

◇ 한은·통계청, 5% 안팎 물가 당분간 지속 전망

기획재정부 김희재 물가정책과장은 “배추·무 등 채소류 중심의 농산물 수급 여건 개선으로 물가 상승 폭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의 가격 오름세가 큰 폭 둔화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5% 안팎의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 달 이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어 물가 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등락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회의를 열고 내년 초까지는 물가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error: 더블클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