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알짜 계열사 매각…美 법무부 독립심사관 임명 요청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레저엑스(LedgerX)에 대한 매각 작업에 돌입한다. FTX는 한 때 세계 4위 코인 거래소로 지난달 파산해 수백만 명에게 피해를 끼쳤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는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지난달 20일 기준 전체 현금 잔액이 총 12억4000만 달러(1조61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FTX는 약 10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레저엑스다.레저엑스는 알라메다 리서치(3억9310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FTX 계열로 꼽힌다. 레저엑스의 현금 보유액은 3억340만달러(3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레저엑스의 매각 작업이 시작되면서 여러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블록체인닷컴과 제미니, 비트판다 등을 포함해 약 10곳이 레저엑스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업체들은 FTX와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탄력을 낼 것이라는 신호다. 다만 블룸버그는 “레저엑스가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얼마에 매각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매각된 자금은 우선 채권자에 귀속된다. 무담보 채권자 가운데 상위 50명에게 갚아야 할 부채 규모만 31억(4조362억원)달러에 달한다.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2017년 코인 투자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하고 이 업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갖고 2019년 코인 거래소인 FTX를 설립했다. 이후 자체 코인인 FTT를 발행했다.
FTX 사태는 올 11월7일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이 보유한 5억달러 FTT 코인(FTX의 코인)을 전면 매각하겠다고 밝힌 뒤다. 이후 FTX와 FTX의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대한 의구심이 폭증했다. 코인 트레이딩 업체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상당수가 모회사가 발행한 코인인 FTT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FTT는 80% 폭락했다. 11월9일 자오창펑이 FTX 인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튿날 인수의사를 전면 철회했다. FTX의 재무 상태를 믿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FTX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금 수혈에 힘썼지만 결국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법상 챕터 11은 일부 규제는 받지만 영업은 계속할 수 있는 제도다. 창업자인 샘 뱅크먼 프리드가 최고경영자(CEO)에서 퇴진했고, 엔론 파산절차를 진행했던 구조조정 전문가인 존 레이가 CEO로 등판했다. FTT의 부채 규모만 66조2000억원 상당이기 때문에 코인 업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 파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FTX가 발행한 코인이 급락하자 FTX를 보호하고자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의 부담을 짊어졌다”면서 “이는 FTX가 파산하기 직전인 2021년부터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으로는 분리돼 있다고 말했지만, 마치 한 주머니처럼 자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또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로부터 수십억 달러에 대한 대출을 받기도 하는 등 고객 자금을 갖고 계열사간 상호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이어지자 미국 법무부는 FTX에 대한 독립 심사관을 임명해 줄 것을 연방판사에 요청한할 예정이다. 독립 심사관이 임명되면 법무부는 본격적으로 FTX의 사기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에 돌입하게 된다. 레나토 마리오티 전 연방 검사는 CNBC를 통해 “법무부가 본격적으로 증거 확보에 나선 것 같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손실을 본 사람들에게 지급할 기금을 마련할 기회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독립 심사관 임명 추진은 FTX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립 심사관이 임명된면 법무부 산하에서 파산 문제를 감독하게 된다. 앞서 FTX는 정치 후원금으로 7210만달러(938억원) 이상 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