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깨는 원전주 … 수주 기대감에 일제히 반등
윤석열 정부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원전주가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원자력 발전설비를 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보다 5.9% 오른 1만8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기술도 6.13% 상승한 7만2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들어 두산에너빌리티는 11.56% 상승했고 한전기술은 15.03% 올랐다. 같은 기간 한전KPS(13.43%), 한전산업(7.89%)도 상승했다. 지난 8일 경북 신한울 3·4호기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던 대우건설 주가도 이날 2.1% 상승했다.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도 1.68% 올랐다. 코스닥에서는 관련주가 상승했다.
원전은 방산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최대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주가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왔다. 최근 1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80% 주가 상승을 기록하는 등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원전주는 10~40%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신한울 3·4호기 본계약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폴란드 원전 본계약, 체코·영국·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의 신규 원전 건설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원전 수출 관련 모멘텀이 부각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은 최근 국제적으로 부각된 원유·가스·석탄 수입 리스크와 높은 가격 변동성 위험을 줄일 대안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의 원전 수주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수주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도 원전주를 대량 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두산에너빌리티를 각각 329억원, 3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전기술도 각각 67억원, 79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은 대우건설도 같은 기간 2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정부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유럽,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원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전주가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는 2022년 7조6000억원에서 올해 8조8000억원, 내년에는 10조6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수주 증가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자재 시장에서도 향후 10년간 연평균 1조2000억원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대우건설이 포함된 한국 컨소시엄의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수주가 유력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본계약 체결이 예정된 퐁트누프 원전은 현재 예비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변수도 있다. 원전은 수주가 결정됐을 때부터 실제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의 시차가 길다는 점이다. 또 최근 들어 커지고 있는 긴축 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 수주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원전 등 12개 분야의 수주와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외교 최전선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원전주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순방에 나설 때마다 기대감으로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한편 대표적인 윤석열 정부 수혜주로 분류되는 방산주에 대해서도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한 안보 위기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군비 증강 수요는 방위산업 성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무기 체계 기술 고도화 경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에서 방산 관련 투자 등을 늘릴 것이란 점도 방산주에 대한 호평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방산주가 최근 1년간 하락장에서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