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접는 바이오…”재도전” 한국의약연구소도 심사 철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한국의약연구소가 ‘코스닥 상장’ 재도전 꿈도 접었다. 이로써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다 예비심사를 철회한 바이오 기업은 올해만 3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심사 및 공모를 철회한 기업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업계에선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시장과 기업 간 큰 괴리 때문”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상장’에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단” 지적을 내놓는다.

한국의약연구소, 7개월만에 접은 ‘재도전’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의약연구소는 지난 26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청구했던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예비심사는 해당 업체가 상장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절차다. 한국의약연구소는 지난해 10월 7일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보통 예비심사 청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45영업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약연구소는 상당기간 심사 리스트에 올라있던 상황이었다. 국내 CRO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CRO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에 대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로써 한국의약연구소의 코스닥 상장 도전은 7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의약연구소는 김호현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회사로, 김 대표가 지분 40%를 보유했다. 2021년 9월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후 4개월만인 지난해 1월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보완할 사항이 있어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한국의약연구소는 9개월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재도전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3월 감사위원회를 설립해 유지원·김용환·박정일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박정일 사외이사는 2021년, 유지원·김용환 사외이사는 2022년 추가 선임한 인사들이다. 이후에는 신약개발 비상장 자회사인 노바텍을 흡수 합병하고 ‘건강기능식품 및 한약, 양약의 개발 및 제조업’, ‘의약용 화합물 및 원료 개발 및 제조업’ 등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주관사도 NH투자증권에서 신한투자증권으로 바꿨다.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한국의약연구소 매출은 236억7100만원, 영업이익은 37억54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3%. 22.5% 늘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매출 32.4%, 영업이익 106.2%에 달한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가 보다 높아졌지만, 한국의약연구소는 재도전에서도 완주를 하진 못했다.

올해만 3곳 심사 철회이로써 바이오 업계에선 올해만 3곳이 코스닥 예비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 3월 31일 분자진단 업체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4월 6일 대사질환 신약개발 업체인 글라세움에 이어 한국의약연구소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글라세움도 지난해 8월 17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8개월 가량 절차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사업성 보완 필요성, 바이오 투자 심리 악화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투자 심리가 예년같지 않음에도 기업들에서 호황이던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고집해 상장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 시장, 거래소 간 생각하는 가격이 일치되지 않다보니 결국 심사 철회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심사 철회는 첫째 최대주주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상장을 추진할 경우, 둘째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기존 비상장 시절 투자자들의 단가보다 높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 셋째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이 희석돼 IPO시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아야할 경우 등에서 발생한다”며 “이중 첫번째 경우에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상장을 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자금을 조달하면 되는데 그러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연구개발 성과가 미진했던 등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무너졌고, 최근엔 삼성전자 등 상위 업종으로 투심이 이동하는 추세다. 또 이번 정부는 개별 기업보단 인프라 중심의 지원을 지향한다”며 “늦어질수록 바이오 회사들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바이오사들도 우선 상장을 추진하고 상장 후 실력을 보여서 주가를 올리고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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