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상시 매각’ JKL, 금융지주 염두에 뒀나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롯데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 JKL파트너스는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인수 후보가 나타나면 언제든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롯데손보 기업가치를 두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이른 시일 안에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보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언제든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나타나면 가격 등 조건을 합의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매각 방식을 바꾸면서 롯데손보 매각 작업도 사실상 원점에 놓이게 됐다. 지난달 28일 본입찰까지 진행됐던 만큼 JKL파트너스가 눈높이를 맞춰줄 매수자를 다시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기한을 무기한으로 열어둔 JKL파트너스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은 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등장하는 것이다. 일단 보험사 인수 후보 가운데 금융지주 만큼 든든한 자본력을 갖춘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금융지주에 팔았을 때 차익을 많이 남길 가능성도 크다. 앞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신한금융지주에 넘기면서 2조원 넘는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융지주가 롯데손보 인수에 나서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본입찰에서 발을 빼긴 했지만 우리금융지주도 롯데손보에 관심을 보인데다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는 손해보험업 부문이 약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지주들도 롯데손보 매각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매각 가격은 최소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사실상 이 수준에 무리해서 맞추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번 내비쳤다.
더욱이 롯데손보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에서 공감대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롯데손보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성과에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이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JKL파트너스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금융지주들은 당장 인수합병에 큰돈을 쓰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지주에 상생금융을 꾸준히 압박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손보 새 주인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JKL파트너스가 매각 기한을 무기한으로 연장한 점에 비춰볼 때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는데 이를 충족할 매수자도 당분간 없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JKL파트너스는 당분간 잠재 매수자와 접촉을 이어가면서도 롯데손보 실적과 주가 등을 끌어올리는 데 신경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롯데손보 주가는 매각 기대감에 4000원대까지 뛰었다가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본입찰 불참 등 소식이 알려지면서 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6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를 인수했다. 이후 체질 개선 작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며 롯데손보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해 9월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지난달 본입찰까지 실시했으나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하면서 원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