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임박 티빙-웨이브, 웨이브 CB 차환 ‘가닥’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가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차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이 CB를 발행해 채무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9년 웨이브 CB를 사들인 SKS 프라이빗에쿼티(PE)와 미래에셋벤처PE가 한번 더 합병법인에 투자하며 힘을 보태줄 예정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내달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 CB를 차환하기로 결정했다. 웨이브의 CB를 새롭게 출범할 합병법인에 이관하고 합병법인이 추가적으로 CB를 발행해 상환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자율 등 세부적인 발행 조건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19년 웨이브는 미래에셋벤처PE와 SKS PE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5%, 3.8%으로 책정했다. 당초 이들 재무적투자자(FI)는 웨이브의 기업공개(IPO)를 겨냥하고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웨이브가 끝내 상장에 실패하면서 금리 페널티가 붙었고 FI들은 내부수익률(IRR) 9%의 만기수익률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웨이브가 FI에 상환해야 할 금액은 2000억원에서 3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현재 채무 자금 일부를 상환하면서 FI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24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가 해당 금액을 부담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합병법인이 새롭게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래에셋벤처PE와 SKS PE가 다시 한번 투자하며 지원 사격에 나설 예정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들 FI가 곧바로 CB를 매입하는 방식은 아니다. 우선 상환금을 돌려받아 유한책임투자자(LP)들에게 투자금을 배분한 뒤 LP를 새롭게 모집해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법인이 발행한 CB를 매입한 뒤 이를 FI에 재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FI들은 향후 출범할 합병법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질 경우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에도 충분히 대항할만한 덩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각각 787만명, 427만명이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두 회사의 MAU는 1214만명으로 넷플릭스(1167만명)를 압도하는 수준까지 커진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주 구성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는 주주 대부분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티빙과 웨이브의 본 계약이 마무리되면 합병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거쳐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티빙의 주요 주주는 ▲CJ ENM 49% ▲젠파트너스앤컴퍼니 13.5% ▲KT스튜디오지니 13.5% ▲SLL중앙 12.7% ▲네이버 10.7% 등이다.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를, KBS·MBC·SBS가 각각 1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